나는 한동안 빠르게 판단하고 정확히 설명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회의실에서는 말이 늦으면 설득력이 부족해졌고, 망설임은 곧 책임이 되었다.
정답에 가까운 문장을 고르는 일에는 능숙해졌지만,
그 과정에서 설명되지 않고 남는 마음들은 점점 쌓여갔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하루가 끝날 무렵, 아무도 묻지 않았던 감정들이 남아 있었고,
그것들을 그대로 두기엔 마음이 자주 어수선해졌다.
말로 꺼내기에는 너무 늦었고, 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글이 남았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사건보다,
지나가며 흘려보냈던 장면들에 오래 머문다.
관계의 거리, 마음의 방향,
그때는 미처 이름 붙이지 못했던 순간들.
성과로 정리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한 줄씩 적는다.
나는 여전히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아가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답을 내리기보다 질문을 남기고,
설명하기보다 기록하는 쪽을 택한다.
말보다 느린 방식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오래 남는 기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