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앞으로 흐르지만, 인간의 삶은 어느 순간부터 되돌아보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2025년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새해를 맞이한다는 말보다, 한 해를 보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를 묻기보다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가만히 헤아리게 되는 시점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시간 속에 던져진 존재'라고 말했다.
젊을 때의 시간은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었고,
지금의 시간은 선택과 포기의 총합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해가 바뀌는 순간에도
설렘보다 먼저 성찰이 찾아온다.
과학은 이 감각을 설명한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뇌가 새로움을 덜 기록할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고 말한다.
어쩌면 시간은 빨라진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것을 겪은 내가 그 흐름을 다르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해를 보낸다는 건
무언가를 더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아니라,
이제는 애쓰지 않아도 될 것들을 조용히 내려놓는 일에 가깝다.
속도를 줄이고, 말수를 줄이고,
대신 생각의 밀도를 조금 더 높이는 일.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은
아직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해진 것은 하나다.
앞으로의 시간은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 살아도 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해를 떠나보내며,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