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그림 읽기
글과 그림은 마음이 편하다. 헝클어진 그림도 내 마음이다.
시니어를 위한 미술치료, 첫 수업에 다녀오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나와서 소개를 하면 얼굴을 조금이라도 익힐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소개를 한다. 나는 일어서서 치매 초기라고 말하자 모두들 오~~ 하며 박수를 쳤다.
치매라는데 박수를 받다니 기분이 묘하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를 보는 그들도 말하진 않았지만 그들도 아마 같은 마음인가 싶다. 그래서인지 다들 비슷한 나이들이다. 늘 어떤 수업이든 간에 맨 앞줄에 앉는다.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고, 소리를 들어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단점을 터놓고 말해야 오해가 없다. 나 말고는 치매상태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치매의 '치'자도 나오지 않는다. 부럽기도 하고 '굳이 말하지 않는 건가?' 생각도 든다. 선생님은 쾌활한 성격이다. 그렇다고 괄괄한 것은 아니다. 제일 앞에 앉으니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할 수는 없다. 생각해 보니 어떤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보다는 얼굴을 잊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떠올리려면 가물거릴 수는 있지만 보면 '아!' 하며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억들도 얼굴을 알아차리듯 수월하게 기억들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앞줄에 앉다 보니 굳이 뒤를 돌아다보지는 않았는데 남자는 나 혼자인가 생각했다. 끝날 때 사람들을 눈여겨보지 않아 모르겠다. 수업 끝나고 빨리 가기 바쁘다. 버스도 지나쳐버리면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정류장에 가니 타려는 버스가 '오 분 전'이다. 대부분 평생학습관 다닐 때 거의 대부분 걸어 다녔는데, 버스를 타니 뭐라고 할까? 빠르긴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뭔가 아쉬운 마음도 든다. 물론 걷는데 시간이 더 걸리긴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걷는 것이 일단 건강에도 좋고, 나름 이런저런 생각들도 해보는 한가한 마음으로 걸어 다닐 수 있다. 빨리 가는 게 좋을까? 첫 수업 마친 기분은 말 그대로 첫 수업이어서인지 그냥 덤덤하다. 좀 더 그려보고 다녀보면 확실한 무언가가 보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돌아온다. 처음은 미미해도 나중에는 '창대하리라' 어디서 들은 문구를 떠올려본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도 무언가는 남을 수업이 되도록 열심히 해야지 생각한다. 제일 앞줄이어서 오늘 처음 본 사람들 얼굴을 익힐 수는 없지만 점차 수업하다 보면 얼굴 익숙해질 테니 인사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싶다. 늦가을치고는 날이 따스하다. 차분히 걸어서 가도 좋을 날씨다. 익숙한 것이 마음 편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하는 것도 무언가 기대가 되고 새로운 기분도 든다. 오고 가며 가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마음에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