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도 보청기를?

맑은 소리 고운 소리

by 수필천편

소리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은 나 자신을 반쯤은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시내에 있는 독일 지멘스 보청기에 다녀왔다. 보청기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차 간 것이다. 결과는 관리부족이다. 쓸 줄만 알았지 청소를 자주 하지 못했다. 귓속에 넣어 착용하는 것이라 의도하지 않게 귀지가 조금씩 들어간 모양이다. 언제나 친절한 젊은 청음사님이, 날마다 보청기를 청소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한다.


내가 청력이 안 좋아 불편해서 그런지 뜬금없이 베토벤이 생각났다. 귀먹었다는 운명 앞에 굴하지 않고 <운명>을 작곡했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베토벤도 보청기를 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제미나이한테 물어봤다. 세상에 이렇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제미나이의 답변: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청각 장애를 앓았으며, '보청기'의 초기 형태를 알고 있었고 일부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팔형 보청기 사용: 베토벤 시대에는 현재의 전자식 보청기가 없었지만, 소리를 모아 증폭시키는 **나팔형 청각 보조 장치(이어 트럼펫, ear trumpet)**는 존재했습니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청력이 약해진 베토벤이 이 나팔처럼 생긴 보청기를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심지어 이것이 청력 손상을 더 심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청력이 안 좋다는 것은 소리를 잃어 가는 것이다. 소리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은 나 자신을 반쯤은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치매도 그렇다. 의사들은 치매와 청력이 가장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들 말한다. 내 경우를 봐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베토벤은 "청력이 완전히 손실된 말년에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입에 얇은 막대(일부 기록에는 납 막대)를 물고 피아노에 대어 악기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느끼며 작곡을 했다" 한다.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그러려니 했던 베토벤 이야기. 우리가 듣는 베토벤 음악이 이렇게 처절한 청력과의 사투 끝에 탄생했다니, 청력에 무관심했던 청년시절에는 미처 몰랐다. 보청기 고치러 갔다가 베토벤까지 소환당했다. 나는 내 귀한테 귀하다는 말 한마디 못 해줬다. 이제라도 내 귀를 보조할 보청기 청소를 꼼꼼히 해본다.

나와 함께 늙어갈 보청기는 고마운 내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