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한테 온다

길을 역추적한다.

by 수필천편

덮어놓고 나갔다. 소설을 쓰다 말고 나갔다. 뛰어갔다. 부르는데 없어도 갈 곳은 많아야 한다.


일요일에 일종의 음악회 겸 시낭송 행사에 다녀왔다. 장소는 우리 동네다. 헬스장 근처다. 그런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회원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장소가 어딘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가다 보니 거의 다 가서 아는 이를 만났다. 시낭송회원이다. 제대로 찾았다. 이층으로 올라간다. 넓지는 않지만 수월하게 앉아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이 붐비지는 않는다. 선생님과 회원들 몇이 앞뒤로 앉았다. 1부라고 해야 하나 싶다. 음악회가 먼저이다. 몇몇이 합창하기도 하고, 혼자 부르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노래들이다. 어디서 들은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손님이니 준비하는 것들에 인사치레로 박수를 쳐준다. 합창단원인지는 모르지만 몇 명이 노래를 부른다. 아는 노래가 아니니 따라 부르지도 못한다. 모인 사람의 축제가 아니라 부르는 사람들의 축제이다. 1부가 끝났는지 그다음 2부로는 시낭송을 한다. 시낭송 선생님도 참여하여 낭송을 한다. 묵직한 시의 구절이 비장하다. 따라 부를 수도 없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갔지만, 그 내용으로 음악회를 했다면 청중들 거의 없지 않을까 싶었다. 일종의 친목 발표회라고 말해야 할 듯하다. 그래도 문화행사이니 들을 것은 듣고, 배울 것은 배우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을 하든 차분히 들으면서 동영상을 찍은 것도 같다. 휴대폰을 열어보면 알 것이다. 역시 사람들이 반겨 시끌시끌한 것은 간식 시간이다. 떡도 있고, 부침개도 있다. 역시 먹는 것이 있어야 활기가 도는 모양이다. 정신없다. 일회용 접시에 간식거리에 식사가 될만한 것들을 챙겨 열심히 먹는다. 나는 조그만 부침개 하나와 떡 하나, 그리고 물 한잔이다. 그리고는 파장이다. 처음부터 일행이 없었으니 나 혼자 나선다. 왔던 길 거꾸로 돌아가면 된다. 이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왔다. 헬스장에서 쭈욱 따라 올라갔다가 왼쪽 꺾어갈 때 계단을 바로 올라갔으니 그 반대로 하면 헬스장이 나올 것이다. 걸어간 길 추적하듯 다시 돌아올 때 몇 번 돌아서 걸어가니 헬스장이 보인다. 됐다.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은 탄탄대로이다. 눈 감고도 갈 수 있다. 소지품 챙길 것도 없어서 벗어놓아 옆에 둔 양복 윗옷만 입는다. 그 사이 날은 시나브로 어둑해진다. 여섯 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아쉬운 짧은 낮과 지루한 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