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지?

내 자화상은 어디에 있나

by 수필천편

블랙아웃 된 자화상



시니어를 위한 미술 치료 수업에 다녀왔다.

찍어온 사진을 차분하게 보니 자화상에 대한 자료들이다.

내 마음대로 그리는 자화상, 내면 자화상, 자화상의 다른 표현.


화가를 소개한 화면을 찍은 사진도 있다.

장 뒤 뷔페, 프리다 칼로,

프란시스 베이컨 - 인간 본성의 어두운 미래를 묘사한 자화상

피카소 - 내가 누구지?


노트 필기를 보니 "프리다 칼로 -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승화!"라고 써놨다.

찍어 온 사진을 비교해 보니, '가시 목걸이를 한 자화상'이다.

내게는 그 그림이 제일 인상적이었나 보다.


강사님은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보라고 이야기한다.

처음엔, 자료사진으로 보여준 그림들 가운데에서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나 자신에 대한, 자기 자신을 보이는 대로

그려보라는 뜻이었다.


자화상에 대한 그림자료들을 보여주는데, 뒤틀린 그림들,

일부를 강조한 그림들, 추상화 같은 구도로 그린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내 상상일까? 분명 그림을 그려본 것 같은데 그림이 없다.

놔두고 온 것은 아니다. 그럼 그렸다고 생각하는 착각일까?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내겐 무의미하다.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치매가 되고 보니, 내가 그린 그림의 결과물이 없으니

그 과정 자체가 통째로 날아간 셈이다.


내 '자화상'은 정작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내가 오늘 자화상을 그렸는지, 그림을 그려서 선생님한테 냈는지

갑자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