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한 치매

집으로 가는 길

by 수필천편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온 일이 가장 큰 성공이다.



걱정했던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 내가 봐도 기특한 일이다.

물론 같이 시낭송 수업을 다니는 동료의 차로 움직인 까닭이다.

<시의 향기>라는 제목으로 재능 시낭송회원들이 무대에 선다.


모두들 자신의 애송시 한 편씩을 낭송한다. 두 편 정도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없다. 그나마 시낭송 동료 동영상을 찍어줘서 다행이다.


다녀왔는데 그런 것도 없으면 추억거리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사진이 없어서 서운한 감도 있다. 남는 사진이 없으면 그렇게 보낸

활동도 하지 않은 것처럼 쉽게 기억에서 사라진다.


제일 잘한 일을 칭찬해주고 싶다. 그 어둑해진 밤 저녁 회식을 마치고

다들 흩어진다. 나 혼자 십 여분 넘게 걸어서 사창시장 골목을 가로질러

도로에 나선다.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낯익은 버스 번호 811-1이다.


버스 창밖의 어둑한 바깥을 바라보면서 정류장을 지나칠 때마다 집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미 어둑해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낯섦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집에 가까워지는 걸 피부로 느낀다.


버스에서 내리고 어둑해졌지만 익숙한 길, 푸근한 느낌으로 집을 향한다.

눈 감고도 걸어갈 곳, 우리의 집이다. 집에 들어오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 우리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