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자 수업

그림 그리는 날? 그림 받는 날!

by 수필천편

매주 금요일이 되면 매, 난, 국, 죽 사군자 수업에 간다.

늘 걸어가는 것이 익숙해져 있는지 버스정류장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익숙해진 길, 눈보다 발이 알아서 나를 이끈다.

천천히 오르막도 평탄한 길도, 내리막 길도 뛰어서 간다.


숨이 차지 않도록 천천히 뛰지만 무릎이 그래도 충격을

받는지 무리가 가는 것 같아 걷다가 뛰기를 반복한다.

대신 걸을 때는 빨리 걸어서 간다. 매주 늘 같은 길을

다니기에 머리보다 다리가 더 길이 익숙해진 것 같다.


생각하기도 전에 다리가 먼저 뛰고, 방향을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인다. 마치 산책하는 기분이다.

도착한 강의실에는 아는 사람들 몇몇이 벌써 앉아있다.

반가운 얼굴들,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자리에 앉는다.


늘 앉는 자리, 그릴 화선지와 붓들을 꺼내놓는다.

둘러보니 늦은 것 같지 않은 데도 벌써 몇몇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는 물에 붓을 담그고는 먹을

조그마한 용기에 따른다. 준비태세 완료다.


칠판에는 벌써 줄이 서 있다

그림을 받아갈 사람들의 순번이다.

그림을 그리러 왔는데 그림을 받아 간다고?

있다. 그림만 받는 전문가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수집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나는 그림 자체도 못 그린다.

재주는 없지만 붓을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그런데 붓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붓놀림은 제법인데

내 붓놀림은 추상화가 되어버린다.


나는 슬그머니 붓을 내려놓고 전문가들을 쳐다본다.

그림 받는 전문가들이다. 선생님께 부탁해 그려준 작품,

마치 자기가 그린 그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받아간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그 같은 열렬한 신봉자들이다.

나도 슬그머니 제일 끄트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도 나는 결과를 떠나 내 그림이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