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목록

기록의 힘

by 수필천편

현관에 아내의 신발이 놓여있다.

나는 아내한테 어디 갔다 왔냐고 물었다.


"같이 관리소에 갔다 왔잖아"

"아 참, 그렇지!"

또 깜빡했다.


일일기록을 보았다.

우리의 한 일이 기록되어 있다.

내 글씨다.

13시 50분: 관리소 다녀오기.

1. 치매안심센터 팩스 보내기.

2. 거주자 실태조사 신분증 보여주기.


한 시간 전 일을 통째로 잊어버렸었던 것이다.


과거는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이런 바보천치를 봤나! 그것 하나 기억도 못하다니 너도 참 너다."

"그래, 나도 참 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일기록노트를 보면 그래도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기록은 유일한 증거이며 증인이며 박제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