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시계
착각일까, 망상일까
책상 위에 놓인 시계.
네모난 전자시계다.
숫자만 보인다.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시침과 분침의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왜냐, 첫 째 보청기를 귀에서 뺐다.
둘째, 시침과 분침이 없는 전자시계이다.
셋째, 소리가 나지 않는 시계이다.
넷째, 한 시간에 한 번씩 알람소리를 낸다고 한다.
나는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소리에 집중하지를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청기를 끼고부터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기보다
그 소리를 붙잡아야 했다.
나한테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붙잡는 것이다.
그런데 왜 들었다고 생각했을까?
착각일까? 아니면 망상의 시작일까.
실험까지 해본다. 다시 보청기를 끼고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들렸다.
소리를 들었다.
일단 다행이다.
수면을 취할 시간이다. 내일은 보청기를 빼고
알람 소리를 들어봐야겠다.
그리고 팩트체크를 한 뒤 논리의 빈 공백을
제대로 채워야 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된 오늘.
전자레인지 타임작동 소리는 보청기를 뺀 상태에서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안 들리는구나 싶었다.
그러니 당연히 작은 시계에서 나는 알람 소리를
못 듣는 게 당연하지 싶다.
한 시간마다 울리는 알람인데
오늘처럼 수업이 두 개 있는 분주한 아침에는
정각 알람 듣기 실험은 어렵다.
전자레인지가 다 돌아갔다는 알림 멜로디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시간의 공백은 소리의 공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논리의 왜곡으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나의 잠깐의 착각인지 망상은
책상 위 전자시계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정각 아침 아홉 시.
들렸다.
하지만 귀로 들었다기보다
눈으로 소리를 보았다는 것이 맞다.
깜빡이는 점 두 개를 응시하며 초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역시 내 귀는 나의 편이다.
대신 아홉 시 버스는 놓쳤지만
어젯밤부터 이어진 실험은
성공이다.
실험을 통해서 착각인지 망상인지
논리가 됐든 시간이 됐든 순간이 됐든
머릿속 공백은 메웠으니 말이다.
망상이 아니었다는 것이 반가웠다.
망상은 그림의 떡을 먹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는
그림의 떡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