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회에서 유일한 청일점
드디어 시낭송 발표회를 마쳤다. 마음 쓰며 시를 외워가며 다닌
기억이 오늘은 나를 위해 봉사해 줄 시간이다. 시 전체도 아니다.
여러 시의 조각을 연결시킨 것 가운데 두 군데의 구절이다.
어렵지도 않은 구절에 왜 그렇게 어려움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그동안 했던 연습이 효과가 있었는지 기억이 떠올라
빠뜨리지 않고 입에 붙은 것처럼 낭송을 했다. 우리 시낭송반이
대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나는 그 구절을 제대로 낭송한 것만으로도
상을 받은 기분이다. 연습은 길었는데 발표는 순식간이다.
무대를 내려와 자리에 앉으니 그때서야 사람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긴장됐던 발표도 끝나고 이어지는 다른 수업들의 발표회를 웃으며
지켜본다. 드럼반, 노래반, 댄스반의 발표를 본다.
그제야 즐기는 기분이 든다. 박수도 치면서 웃는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우리 시낭송 회원들 모두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다.
웃고 떠들며 하루를 마감한다.
흩어진 사람들 자신의 집을 향해 제 갈길을 휘적휘적 간다.
나는 뛰어갔다. 숨 한 번 크게 들이키며 숨을 조금씩 내뱉고 뛴다.
낯익은 길거리를 뛰다 보면 숨도 차지 않고 조금씩 집이 내게 다가온다.
입구에 다다르고 문을 연다. 드디어 우리 집이다. 아내의 얼굴을 본다.
책상에 앉으니 그제야 마음이 느긋해진다.
사람들은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나는 하루 내내 무엇을 했는지
잊지 않고 기억하려 애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