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치매방정식

수학의 정석? 기억의 정석!

by 수필천편

학창 시절 나는 수학을 좀 하는 편에 속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 경시대회에도 가끔 나가곤 했다.

어쩌다 생각이 나면 수학의 정석도 풀어 본다.


여름 내내 가을까지 부단히도 바빴다.

참으로 오랜만에 연립이차방정식을 풀고 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

"어라? 이게 아닌데..."

"이상하다..."

"다시 해 보자!"


다시 풀어보려 하지만 연신 고개만 갸웃거린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걸까? 잊어버린 걸까?

풀리지 않아 결국 뒷장의 풀이를 곰곰이 쳐다보지만

전혀 접하지 않은 미지의 풀이를 보는 것만 같다.


풀이가 간략하게 쓰여있는데, 보고도 모르다니!

낯선 언어를 만나 서툴게 더듬거리듯

이제 나는 이런 지경까지 와버린 것일까.


흘러가는 시간들이, 잊혀가는 기억들이 뿌연 안개로

짙게 가려져 있다. 눈썹 찡그리며 머릿속을 더듬어보지만

정말이지, 텅 빈 백지 한 장만 남아있는 것 같은 상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희미해져 버린 기억을, 실타래처럼 헝클어져버린 기억을,

꼬여버린 이 기억이 불꽃 튀듯 번쩍이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모습이 치매의 장난이라면

<기억의 정석>이라도 붙들고 늘어질 태세를 갖출 때이다.


마음속에서는 누구라도 외치고 있을 것이다. 드러나지 않을 뿐.

"정말이지, 다시 기억의 청춘을 찾고 싶다."




아내가 저녁 먹으라고 부른다.

나는 수학의 정석을 덮지 않았다.

다시 풀어 볼 요량으로 책갈피에

풀다 만 A4 용지들을 일단 끼워 두었다.

이내 곧 까맣게 잊어버릴 미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