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경계를 넘고 왔다

한 발 내딛는 소중함

by 수필천편

광화문을 향해 가는 첫 출발지, 집결 장소로 달려갔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빨리 갔던 탓인지 초등학교 운동장은 텅 비어있다.

한 남자가 들어간다. 눈길도 돌리지 않고 학교 안으로 사라진다.

다시 나 혼자다.


버릇이 되어서일까? 혼자 시 구절들을 중얼거린다.

그러다 보니 한 명, 두 명씩 걸어 들어오고, 반갑게 눈인사로 대신한다.

몇몇 사람들은 낯설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아는 얼굴도 보인다.

반가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향해 인사로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들의 들뜬 얼굴마다 행사장으로 향해가는 기대감이 가득해 보인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길, 그래도 어디를 향해 길을 떠난다는 것이

즐거움으로 다가오고, 사람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내 얼굴도 그렇게 보일까?


출발했다.

전국 시낭송 지부들이 몰려오는 광화문 모임이다.

사람들 마음에 설렘을 가득 싣고, 한 명 두 명 차례로 차에 올라탄다.

저마다 몸짓과 얼굴에 기대와 즐거움의 빛이 새어 나온다.

드디어 광화문을 향해 출발이다.


가는 도중 다른 행사가 있는 장소에 먼저 들렀다.

무슨 아동문학 출간 기념회라고 했다.

개최 소감들의 홍수에 떠밀리다,

다시 목적지인 광화문 길에 나선다.

열명 남짓한 사람들의 두근거리는 가슴을 실은 채로,

굽이굽이 산길 넘듯 차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가야 할 길로 간다.


건물 3층 입구 쪽에 앉을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 팀 자리다.

드레스코드인 녹색 숄을 걸치고 앉는다.

탁자 위에는 귤과 간식거리가 놓여있다.

각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준비된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웃고 있다.

귤이 잘 익어선지 성큼성큼 입에 들어간다.


지부들의 장기자랑이 시끌시끌 장터처럼 펼쳐지고

어떤 팀은 노래를, 또 어떤 팀은 짧은 연극 공연을 한다.

우리 팀? 무엇을 했는지 벌써 가물거려 기억이 흐릿하지만

노래를 했지 않았나 싶다. 나도 불렀던 것 같다.

끝나고 나니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 팀들 공연을 느긋하게 웃으며 즐긴다.


즐거움은 짧고 외로움은 길다더니,

그 즐거웠던 시간이 정해진 길처럼 끝나버리고 다시 오던 길 되짚어간다.

회원들은 기운을 다 쏟은 탓인지 차 안은 조용했다.

그러더니 누군가가 노래를 부른다. 당연히 나는 모르는 노래다.

몇몇이 같이 따라 부른다. 즐거움이란 전염되는가 싶어진다.


동네에 거의 다 와서, 늘 음식을 먹던 가게로 들어간다.

백반이다. 국과 맛있는 반찬들. 함께 기운을 다 쏟은 탓일까?

모두 조용히 먹느라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인다.

하루가 지나서인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즐겁게 웃으며 식사를 했던 것 같다.

처음 모였던 초등학교에서 다들 인사 나누고 하나둘씩 흩어진다.


나는 회장의 차에 같이 올라타서는 집 앞에서 내렸다.

회장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나 왔어!"

집에 돌아오니 푸근해진다.

들고 온 책 몇 권도 꺼내고, 쌓인 피로감을 덜어낸다.

역시 집이 최고다. 몸도 마음도 편해지니까.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쳤다.

완수한 기억은 어디 한편에 놓아두고,

일단은 잠을 청했다.




하루 바깥나들이가

나한테는 길고 긴 장기 프로젝트를 끝낸 것만 같았고,

아내한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긴 하루였다고 한다.


치매의 경계를 넘어갔다 온 이 심정을

기억이 싱싱했던 때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