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진압
고령화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은 아마도 치매가 아닐까 싶다.
늘어가는 노인, 연장되는 수명 그리고 치매.
치매는 이미 15년 전이나 20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된다고 한다.
거슬러 생각해 보면 나는 50대 초반이라 생각하는데,
아내는 40대 초반부터라고 한다.
작전 짜기라니 무슨 전문가라도 된 것 같다.
사실 거기에는 아내의 전략과 전술이 오롯이 녹아있다.
나는 그 지침에 따르는 행동대장이다.
고름 짜듯 치매를 내 머릿속에서 없애버리려는 아내의 전술을
말 한마디 한마디 기억하면서 행동한다. 산을 다녀올 때도,
운동을 하러 갈 때도, 무언가를 배우러 갈 때도 마찬가지다.
주머니에 시를 적은 수첩을 넣고 그것에 적힌 '시'의 순서대로
차분하게 읊어본다. 적힌 순서대로 낭송하듯 외워 나간다.
늘 밖을 나서면 어떤 장소이든 간에 시를 읊어본다.
버릇처럼 되어버려서인지 사람들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뜸할 때면 목청을 높이고, 사람들이 많을 때는
나를 쳐다보지 않을 정도의 보통 목소리로 차분하게 읊는다.
이 몸에 밴 습관이 오래된 탓인지 장소불문하고 튀어나온다.
이 '초동작업'이 아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물론 나만의 노력만은 아니다.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조련사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지만,
아내는 나한테 물을 먹일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혼할 거야!"라는 협박성 극약처방이다.
그 말 한마디면 나는 뭐든지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나만의 1인 맞춤 주치의다.
나는 아내만의 유일한 환자이다.
우리는 2인 1조 환상의(?) 치매 복식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