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선두주자

쫓기지 말고 이끌고 가자

by 수필천편

종강 기념으로 작품 앨범을 받아 왔다.

'시니어를 위한 집단 미술 치료'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것들을 그리고, 만들며, 꾸민 작품(?)들,

모아 모아 제법 두터운 앨범이 만들어졌다.


사진을 넣어 보관하는 앨범에 그 대신 그림들을 수집하듯,

한 장 한 장 그린 것들, 빈 앨범을 제법 채워준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투리 하나 남기지 않았다.


한 학기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는 데다 그 결과물까지 받아 들고,

잘했다는 선생님의 칭찬까지 들으니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했다는 것에 대견한 마음이

차오른다.


학업상을 받은 듯 앨범을 척 끼고 집으로 들어가며 앨범을 내민다.

"와! 이게 뭐야? 앨범이네? 작품집이야?"

아내는 짐작이 되면서도 기쁜지 서두르며 신나게 펼쳐본다.


너무너무 좋은 수업이라며, 내년에 개강하면 다시 꼭 다니라고 한다.

어떤 그림은 유치원생이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또 어떤 것은 제법

그럴듯하게 그려진 것도 드물게 한두 점 보인다.


아내의 눈에는 하나하나 넘겨보는 그림들보다, 끝까지 과정을 마친

나를 쳐다보며 숙제들을 살피는 선생님처럼 동그라미 다섯 개를

마음속으로 매겨준다. 내 마음이 나를 잘 이끌어왔구나 싶었다.


잃어버리지도, 지울 수도 없는, 마음속 깊은 곳에

아내의 동그라미들이 따뜻하게 오롯이 새겨졌다.




치매라는 이름이 마치 맹추격하듯 쫓아오면

기억을 지키려고 기를 쓰고 도망치듯

발버둥 치며 바삐 하루를 보냈지만


치매에 쫓기듯 산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이끌며 살고 있었다.


쫓기는 것이 아니라 앞서 달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