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지만 봉사활동 2

어머니의 기억

by 수필천편

찾아가는 시낭송 시콘서트를 하러 주간보호센터에 갔다.

조금 낡은 건물처럼 보이는 3층에 가니 회원들이 드문드문 와 있다.

생각보다 늦지는 않아 다행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무대 맞은편으로 의자를 꽉 채운 채 앉아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들마다에는 무슨 일인가 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뚜렷해 보인다.


공연하는 사람과 구경하시는 어르신들이 거리를 두고 마주 앉아있다.

꽤 많은 분들이 빼곡히 앉아있고 공연자들은 앞 무대 옆 의자에 줄지어

앉는다. 나도 의자에 앉는다. 공연이 시작된다.


몇몇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노인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여있었다.

강당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의자에 빼곡히 앉아있다. 내가 보기에는

의자사이의 간격이 좁아 꽤 불편할 텐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


난 공연자들의 앉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들이 앉은 좌석옆에 쭈그려 앉는다.

할머니에게 재미있냐고 물어도 보고, 같이 강당 앞의 시 낭송을 들으며

할머니 손을 지긋이 잡았다. 주름진 작은 손이 내 손에 들어왔다.

예전의 나이 드신 내 어머니의 주름 같았다.


앞에 선 사람들을 쳐다보는데 표정은 변화가 없다. 자신의 손에 누구의 손이

얹혀있는지 느끼기는 할까? 뒤를 돌아다보니 모두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마치 무대 앞에서 무엇을 하는지, 재미있는지는 얼굴에 떠오르지 않고 그저

막막하게 먼 곳을 바라보듯 공연자들을 흘려버리는 듯 한 눈빛이다.


나는 그 공허한 눈빛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니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성인이 된 지금의 나, 기억을 잃어가는 지금의 나는 들어갈 수 없다.


그 눈빛엔 어머니의 모습만을 그리워했던, 어린 시절의 나만이 가능할 뿐이다.

내가 아홉 살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웃으실 땐 이마에 자글자글 주름이 파였지만, 차분한 눈빛으로 가늘게 바라보실 땐

따뜻한 웃음이 입가에 대롱대롱 매달리듯 달려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았던 기억이 가물거린다. 잡은 적이 있었을까?

오늘 공연을 하며 난, 어머니의 그 주름진 미소를 떠올리며 시를 낭송했다.

아련한 기억 속의 어머니를 깊은 마음에서 끌어올렸다.




기타 반주에 맞춰서 낭송했다.



어머니의 기억

신석정


비 오는 언덕길에 서서 그때

어머니를 부르던 나는 소년이었다.


그 언덕길에서는 멀리 바다가 바라다 보였다.

빗발 속의 검푸른 바다는 무서운 바다였다.


어머니하고 부르는 소리는 이내 메아리로 되돌아와

내 귓전에서 파도처럼 부서졌다.


아무리 불러도 어머니는 대답이 없고

내 지친 목소리는 해풍 속에 묻혀 갔다.


층층나무 이파리에서는

어린 청개구리가 비를 피하고 앉아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외로웠었다.




기타 반주 멜로디가 더해져서 시의 운율이 한껏 고조되었다.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을 세며 어머니를 기다리는 기타 멜로디는

나와 우리 모두를 "소년 시절"로 보내며 어머니 생각에 잠기게 해 주었다.



가파른 보릿고개를 넘던 내 소년 시절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