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맨발 걷기
따뜻하면 영상 3도. 추우면 영하 5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햇살은 따뜻하고 차갑지만 맑은 공기가 상쾌하다.
맨발로 산에 오른다. 겨울이 깊어가는지 산길 걷는 사람이 드물다.
한참을 걸어도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나 혼자만 산에 걸어가는 기분이다. 말 그대로 산과 나뿐이다.
어쩌다가 부드럽게 굴곡이 진 길 걷다 보면
갑자기 들이닥치듯 사람의 얼굴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들이닥친다.
천천히 그러나 거칠게 옆으로 지나간다.
겨울 초입의 산길이 조금 낯설은지 산길의 맨발 걷기가 투박한 느낌,
마치 물속에서 저항을 받는 것처럼 걷는 것이 느려지는 것 같아
숨을 천천히 들이켰다가 내뱉는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시를 암송하며 돌아오는 길에 얼굴이 익숙한 나이 든 노인과 마주친다.
눈길이 얼굴에서 서로의 발을 쳐다본다. 노인은 신발을 신었다.
가을엔 맨발차림이었는데, 겨울이 되어 옷을 바꾸듯 신발을 신었다.
"아이고, 발 안 시려?"
내 맨발을 보았는지 한마디 꺼낸다. 두어 번 마주친 것이 전부인데도
반갑게 웃는다. 겨울 산길에 맨발이 낯선 눈빛이다. 내가 산에
갔다가 돌아올 때도 맨발 차림의 사람들은 보지 못했으니 그럴만하다.
"계속 맨발로 다니다 보니 발 추운지도 모르겠네요."
몸에 좋다는 말에도 추운 날에 맨발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몇 마디 주고받으며 서로 돌아서서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간다.
'낮은 산도, 산은 산이구나'
있는 대로 바라볼 때 제대로 보이는 법을 가르쳐준 '산'.
난 어제의 산을 오늘 다시 새로운 눈길로 뒤돌아 보았다.
시간은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산길을 걸으며
'황금 같은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생의 황금기',
'인생의 가운데 토막' 같은 그런 말은 어느 한 시기를 일컫는다.
낮이 짧은 겨울이기에 이 시간도 하루가운데 맨발 걷기에는
황금시간대이다. 이런 단편적인 시간을 길게 가져갈 수는 없을까.
오래도록 길게 지속할 수는 없을까.
'맨발 걷기'만 하더라도 따뜻한 봄과 가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다.
그렇지만 추운 겨울까지도 지속적으로 계속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럼에도 나는 나 스스로가 계속하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황금시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나만의 비법은
일 년 내내 '맨발 걷기'를 꾸준하게 계속해나가는 것이다.
날마다 황금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