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는 old, 올 때는 young
노인 복지관에 다녀왔다.
선착순 접수인 줄 알고 일찍 갔다.
아침 9시에 접수라고 해서 20분 정도 기다렸다.
차가운 바람 마다하지 않고 어깨 움츠리며 버스를 타고
도착했던 복지관은 생각보다 한가했다. 접수창구를
제외하고는 함께 간 아내와 나 둘만 있는 것 같다.
따뜻한 물 한 잔 마시니 몸이 조금 녹아들어 간다.
대학생 같아 보이는 젊은이들이 강좌신청서를 가져다주었다.
어차피 추첨이니 여러 과목을 해도 된다며 부담을 덜어 준다.
여러 과목에 동그라미를 쳤다.
캘리그라피, 라인댄스 초급, 민화, 기타 기초, 실버댄스 초급, 가곡, 문인화 등이다.
라인댄스 초급은 무려 80명 모집에 놀라고 놀랐다. 설령 된다 해도 무시무시하다.
평생학습관에서 다녔던 것도 겹쳐 있다.
어떤 신청항목이 될지 모르기에 운을 타고나야 할 하루였다.
한 가지라도 된다면, 몇 번 가봐야 버스 노선도 익숙해질 테고,
함께 배울 사람들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일찍 간 만큼 신청도 빨리 끝났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추워서 제자리 뛰기를 하다가 버스가 와서 탔다.
창밖을 보며 눈으로 길을 익히는데 아내가 옆구리를 찌른다.
아내는 '쉿'하며 소리에 집중하라는 듯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 자동으로 고개가 끄덕끄덕 박자를 맞춘다.
"young ones가 다 나오네? 재밌다 그치?"
집에 오자마자 아내는 유튜브에서 노래를 찾아 연속재생을 눌렀다.
젊을 때의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럼에도 출렁이는 물처럼 입이 들썩이며 음음~~뜨 뜨르르르 음음~
저절로 따라 부른다.
청춘이 어느덧 지고 황혼을 맞이하는 나이.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
젊을 때의 즐거움과 기분은 지금과는 다른 맥박이었다.
지금은 기억 속의 나를 생각하며 추억의
노래를 들쑥날쑥하듯 드문드문 따라 부른다.
노래에 청춘 따로, 노년 따로 있을까 싶다.
콧노래로 흥얼거리든, 고개를 끄덕이든, 가슴이
저리는 것도 같고, 가슴이 뛰는 것도 같다.
그래! 노래하면 청춘이다.
아침 노인복지관 다녀와 앉은 책상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락에, 젊음과 지금의 시간이
겹쳐 흐르고 있다. 시큰거리는 가슴이 조금씩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노래와 함께 물결친다.
오래 전의 느낌과, 오래 전의 삶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을 흘려보내며 가슴은
흐르는 감정들의 맥박을 느낀다.
오전의 눈부신 햇빛을 받으니 조금씩 몸이 따스해진다.
내 마음도 뛰는 가슴으로 조금씩 녹아 흘러가고 있다.
옛 추억과 세월이 눈에 선연히 보이는 아침이
햇빛과 함께 섞여 거실을 쨍하게 밝히고 있다.
오늘 하루, 이 노래가 내 입을 들썩거리게 한다.
음악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이 출렁이는 시간이
내 마음에 가득 차고 있다. 거실에 스며드는 햇살이
나와의 감정을 공유하듯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젊어지는 샘물을 먹은 듯이
클리프 리처드의 'The Young Ones' 가
오늘 나한테 젊음을 일깨워 주었다.
젊은 시절 들었던 노래 한 곡이야말로
영원한 젊음의 샘물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