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의 업그레이드 작업
치매안심센터에서 나눠준 <인지재활워크북>을 펼쳤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한다.
어렸을 때(기준은 애매하지만) 막내누나와 참 열심히 했다.
지금의 숨은 그림과 그때의 숨은 그림은 별반 다를 게 없다.
거의 오십 년 전, 신문의 숨은 그림 찾기와
지금의 것은 즐기는 재미로는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왜 그리 숨어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하나 정도 끙끙대며 찾아내면 막내누나는 벌써
두세 개를 찾아내곤 했다. 재미있으려면 이겨야
하는 건데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번번이 졌다.
그때 나는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5남 4녀의 막내라서 찌꺼기로 태어나서 그런 거라고.
어머니가 그랬나?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나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이 정도면 말 다했다.
이제 황혼의 시기에 또다시 '인지재활 워크북 1편'을 편다.
제일 겉장에 쓰여있는 글귀가 있다.
"치매는 예방이 최선의 치료입니다."
그런데 나는 치매라는 질병이 이미 머릿속에 나타났다.
물론 가족력도 있다. 남매들이 다들 깜박깜빡한다.
그 깜빡하는 머리 하면 내가 제일 앞줄이다. 머릿속에 안개가
있을 리 없는데도 희미한 불빛처럼 기억도 깜빡깜빡한다.
늦은 오후까지 내가 이 시간까지 뭘 했는지 기록하고는 한다.
치매라는 질병이 있다 보니 기록도 기억도 늘 놓치고 만다.
그래서 늘 무엇을 하려고 하면 기록노트를 편다.
시간을 적고 할 일 또는 한 일을 한편에 적어놓는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기억이 되고 혹시나
잊어버릴 때에 소중한 기록으로 남는다.
이것 또한 아내가 내게 내려준 하루의 지침이다.
황혼은 조금씩 저물어가지만 제일 아름다운 시간이다.
젊음만이 황금시기는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황금은
아닐지라도 아름다운 황혼은 꽃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좌충우돌하며 비틀거리더라도
내게 주어진 오늘의 소중한 하루를 꼭 붙잡고 잠들 때까지
이리저리 눈길 보내며 읽고, 쓰고, 보기를 갈무리한다.
창밖을 내다보니 산자락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다.
이제 하루가 시나브로 저물어간다. 오늘의 해가 지고 나면
또다시 어김없이 아침 해는 떠오를 것이다.
밤이 되어 산 뒤로 해가 숨었지만
아침이 되면 찾기도 전에 해는 먼저 나타날 것이다.
해는 찾을 필요가 없지만 기억은 늘 찾으러 다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