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하는 신선놀음
아침에 정신이 드는데 몸은 제대로 깨어나지 않는다.
한참을 꼼지락거리다가 '끄응' 소리를 내며 일어난다.
창밖은 아직이다. 하지만 해가 뜬 것만 같다.
계절은 겨울이라는데 봄이 온 듯하다.
내 계절 감각이 헝클어졌나 싶다. 물론 시간도 그렇다.
어깨를 번갈아 주무른다. 이불을 깔고 잤는데도 얇았는지
어깨가 시큰시큰하다. 나이가 들어 그런 건지, 잠을 험하게
잤는지 둘 중의 하나일 게다. 눈을 끔뻑거리며 시계를 보니
벌써 움직일 시간이다.
습관이 들면 편해야 하는데, 계절이 겨울이어서 그런지 몸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그저 귀찮은 핑계에 불과하지만,
어쨌거나 어깨며 허리를 주물럭거리다가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에 헬스 오후에 맨발 걷기 그리고 여러 가지를 한다.
쉬는 날을 잊어버린 지 오래이기에 평일이든, 주말이든,
일요일이든, 공휴일이든, 내게는 똑같은 하루일 뿐이다.
나 자신에게는 오히려 날씨가 많은 영향을 준다.
길거리에 나설 때, 산에 다녀올 때, 운동을 다녀올 때
날씨에 신경을 쓴다.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바람이 부는 데에
마음을 쓴다. 오늘은 따스한 햇빛이 아침부터 푸근하게 내리쬔다.
맨발로 산에 다녀오기에도 무척 좋은 날씨다.
겨울은 춥지만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따스한 계절이
피어날 때까지는 사람 드문 겨울 산행이 즐겁고, 창밖에 눈이라도
날리는 날에는 바라보는 즐거움도 만끽한다. 추위는 싫어하지만
눈 내린 풍경을 보는 건 즐거운 시간이다.
헬스 끝나고 돌아오는 시간, 몸이 즐거워했으니,
산에서 발이 즐거워할 시간도 갖는다.
책상의 탁상시계를 본다.
짬짬이 해야 할 것들이 아직 책상 옆에서
줄을 선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백수지만 시간은 빠듯하다.
<노인과 바다> 원서 필사도, 그리고 쓰고 있는 나만의 소설도,
그리고 내가 아직 찾지 못한 무언가도 말이다. 오히려 더 바쁜
시간 속에서 오래전 잊어버린 것들 하나하나 떠올리며 다시
새롭게 읽어가고 고개 갸웃거리며 오래된 기억들을 들여다본다.
반짝 추위처럼 나도 반짝 시간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바쁜 시간의 기세에,
치매 대기시간이 밀려나길 바라고 있다.
아무래도 결말은 신선놀음하다가 과로사하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