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왜 산으로 가는가

떠밀려 다녀온 태백산

by 수필천편

새벽출정이었다. 동이 트기도 전에 전세버스 한 차에 꽉 채워져서 출발했다. 태백산은 처음 가 본다.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을 때, 관광버스가 너무 많아서 놀랐다. 거기서 내리는 사람들이 또 너무나 많아서 놀랐다. 산입구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 많은 사람 대부분이 노인이라는 것에 새삼 더 놀랐다.

마치 노인들만 실어 나르는 버스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내 경우에는 오히려 한창나이에 산에 다녔었다. 나이 먹은 지금은 맨발로 아파트 앞산에 가는 게 전부다.

하지만 산에 가보니 어마어마했다. 그 많은 산악회 그 많은 중장년 산악인(?)들에 놀랐다.

쓸모없는 취급받는 기성세대들이 그래도 아웃도어 사업은 먹여 살리고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우리는 2팀으로 나눠졌다. 한 팀은 정상까지 나머지 한 팀은 산 입구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야 눈 내린 산 정상까지 갈 수 있지만 아내가 자신이 없다고 했다.

산 밑에 남은 사람끼리 전망대도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가져간 도시락까지 먹었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은 산으로 한 번 올라가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선발대와 만나면 합류해서 하산하면 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눈 내린 산을 올라가는데 아내도 뒤쳐지고 몇몇 나이 든 분들도 뒤쳐지더니 점점 힘들다고들 했다. 아내는 등산화에 복숭아뼈가 쓸려서 아프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태백산에 갔지만 태백산에 올라가지는 않았던 우리의 겨울 산행은 초입에서 지루하게 어슬렁 거린 게 다였다.

그 새벽에 강원도까지 가서 구경한 거라고는 "노인이 저렇게 많구나! 노인들은 어지간히도 산을 좋아하나 보다." 그리고 아내의 까진 복숭아뼈 양쪽에 빨갛게 앉은 딱지가 태백산에 갔다 온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를 신규 회원으로 등록하려고 데리고 간 홍보부장이 끊임없이 정회원을 권유했지만, 지루함에 지쳐 나가떨어진 아내의 진저리에 마지못해 설득을 중단하며 "그럼 남편만이라도 보내셔!" 지지 않았다.

노인이 갈만한 곳이 산 말고 어디겠냐고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