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 듯이 산길을 걸으며 사라졌다
늘 오후 시간이 되면 산을 다녀오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것도 산길을 맨발로 걸어간다.
처음 맨발로 산을 갈 때에는 어색했다.
강가나 바닷가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언제부터 맨발로 걸었는지도 기억이 아득해진다.
그래도 꾸준히 걷다 보니 나무뿌리에 걸려 다치는 일은 이제 사라졌다.
오히려 내가 나무뿌리를 지르밟고 간다.
늘 그런 것처럼 점심때가 지난 시간에 산길을 맨발로 올랐다.
동네 인근에 있는 험하지 않은 산이다.
그래도 제법 땅 위로 솟은 나무뿌리들이 많다.
이리저리 피해 가며 걸어간다. 맨발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다닌 산길이기에 이런저런 굴곡이 눈에
익어서인지 발에 상처를 입을 걱정은 없다.
자연이 만든 울퉁불퉁한 산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나치는
사람들의 낯익은 몇몇 얼굴들도 보인다.
그런데 오늘 산길을 걸어가다 키가 굉장히 작은
여자를 보았다. 낯설었다. 그동안 산길을 많이
다녔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다.
물론 모든 사람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내 발걸음이
늦은 편은 아닌데도 잠깐 사이에 눈에서 벗어났다.
산길이 험하지도 않고 갈래길도 없는데 말이다.
내가 잘못 보았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본 것은 본 것이다. 문득 산신령이 떠올려진다.
'여자 산신령도 있나?'
험하지도 않은 동네 산길에 산신령 타령을 하며
걸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이 작은 산에 사람이
사는 것도 아니다. 물론 산을 다 훑어본 것은 아니다.
다시 산길을 돌아오며 홀연히 사라졌던 그 자리에 섰다.
나는 두 손 모아 허리 굽히며 두 번 고개를 숙였다.
거침없이 걷다가 사라진 빈자리에, 반절 올린다고 손해 볼 것은 없다.
산에서 본 키 작은 여자, 보란 듯이 산길을 걸으며 사라졌다.
산신령이 여인의 모습으로 잠깐 나타나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