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노래하고 기타 치고, 시와 그림까지
3월부터 시작되는 강좌 목록이 내 앞에 펼쳐져있다.
기생과 풍류남들이 펼치는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기대했다면 아쉽게도 치매에 걸린 내 이야기다.
치매에만 좋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신청한 수업들이다.
치매가 어른을 아이로 만든다는 말은 내 경우에 틀린 말도 아니다.
그저 놀고, 먹고, 즐기는 인생 2막이 되었다.
아이는 밥만 잘 먹어도 칭찬받는다.
똥만 잘 눠도 칭찬받는다.
잘 자도 칭찬받는다.
더군다나 잘 놀면 가장 칭찬받는다.
나도 그렇다. 겉보기에는.
아내는 내 마음을 찌르듯 말한다.
이 모든 것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내가 망가지면 그때는 아내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하든 나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역설적으로 아이가 되어야 한다.
낙타에서 사자로 마지막으로 아이가 되라고 했던가?
글쎄다. 나는 지금 오히려 성실한 일상의 낙타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지금 병원 로비에서까지 오늘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것이 인생 2막, 알츠하이머의 풍류인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