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지만 제비처럼

둘 셋 찍고 터언!

by 수필천편

라인댄스를 배우고 있다.

무대 위의 춤선생이 현란한 춤을 선보인다.

실버들도 무대에 나선다. 처음엔 기억을 따라 움직였는데, 발이 점점 꼬인다.


어? 이게 아닌데? 다른 사람들과 방향이 반대다.

선생님이 볼 때는 나만 삐쭉 빼쭉 튀어나간다.

춤동작이 어려운 것 같지 않는데 주변사람들과 달리 혼자서 벗어나 있다.


워낙 기억력도, 길 찾기도 엉망인데, 춤이라고 다르랴!

눈치껏 움직이며 따라 하기 바쁘다. 그래도 눈여겨보면서 외우려고

속으로 방향과 움직임을 주시한다. 덕분에 춤추는 몸은 어설프다.

아직 시작단계라고 위안하며 최대한 몸동작을 따라 한다.


굳어버린 몸이 어색해도, '이것도 다 배움의 과정이다' 마음먹는다.

어깨 들썩이고 몸을 좌우로 틀며 열심히 움직여댄다.

내가 보기엔 조금은 따라 하는 것 같은데 '잘' 따라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한편은 즐겁다. 가끔 반대로 해도 눈치 보며 재빨리 동작을 바꾸고 박자도 맞춰본다.


춤이 별 건가? 그저 흔들면 다 춤이지 뭐! 하며, 못할수록 나를 다독인다.

첫술에 배부르랴. 열심히 춤을 따라 하면서 땀도 나지 않는 이마를 슬쩍 닦는 시늉도 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조금 틀려도 개의치 않는다. 즐거우면 되는 법이다.


그 '꼴'을 보고 있는 아내의 눈빛이 등뒤를 찌르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논다.

주눅 들지 않고 무대 위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동작을 따라 해 본다.

"스텝 밟고 돌며 턴"을 함께 토해낸다.

말없이 움직이는 것보다 박자랑 말이랑 같이 하면 더 춤추는 기분이 난다.


이왕 배우는 것 한 눈 팔지 않고 눈에 다 담아가자.

머리에 담아지지 않으면 눈으로라도 담아가야 한다.

내 정신적 자산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일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활동 모두가 나의 무딘 두뇌상태를 개선하려는 아내 덕분이다. 힘들 텐데 말이다.

고맙고 미안할수록 나는 더더욱 "물 찬 제비"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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