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삼천포로 빠진다
처음에 그럴듯하게 시작하는 소설이,
쓰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전혀 엉뚱한 길을 걷는다.
소설은 회고록처럼 하나의 추억담이 되어버린 채 글이 바래진다.
내 머릿속이 계절조차 그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헝클어진 계절은 뒤죽박죽 되어버린다.
글도 계절도 그리고 나 자신도 뒤틀린 자화상처럼 굳어지는 것만 같다.
첫 구절을 끌어내는 호기심 어린 문장은
어느 사이에 풀이 죽고, 뒤 따라 나와야 할 말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여버린 채, 입술로 내뱉어지지 않는다.
내 글은 언제나 순서를 제대로 세우지 않은 기둥처럼 흔들거린다.
정갈하게 제 자리를 잡은 듯하다가도,
금세 무너질 것 같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그 숨이 벅찼는지 쓰인 글조차 함께 길을 잃은 것처럼 갈팡질팡이다.
그래도 그 한숨들을 마치 또박또박 쓰는 정자체의 글씨처럼,
마음속에 새기듯 한 글자씩 써 내려간다.
하나의 글자가 말을 이루고, 내 생각을 만들어간다.
글씨가 헝클어지고, 내용이 뒤죽박죽이라 해도,
그 모두가 내 마음의 소중한 한 글자 한 글자이다.
그렇게 써 내려간 소설이, 모아 놓고 보니 제법 된다.
잘 쓰든 못 쓰든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