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별 닦는 나무>를 낭송했다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좌석들이 다 들어찼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제일 먼저 낭송을 한다.
크게 숨 한번 들이키고는 잠깐 눈을 감으며,
나만의 방법, 첫 글자만 딴 방식으로
은. 비. 가./ 나. 당. 당./ 이. 당/을, 천천히 머릿속에서 떠올린다.
나만이 서 있는 무대에서 척척 시행을 맞추며 담백하게 한다.
시인을 앞에 모셔놓고 그 시인의 시를 낭송한다.
<별 닦는 나무>
공 광규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다행스럽게도 첫 글자 외우기가 위력을 보인다.
입에서 술술 구슬이 굴려지듯 부드럽다.
사람들 앞에서 긴장도 되었지만 머릿속으로는
앞글자 외우기 신공을 발휘한다.
당신이라는 별에 아름답게 지고 싶은 나를
마지막 행이 끝났다.
이로써 시토크행사에 참석한 목적은 완전히 달성했다.
끊임없이 연습하는 입은 저장된 기억보다 빨랐다.
역시 입은 기억보다 빠르다.
외워지지 않더라도 입에 붙이면 그것이 실력이다.
끝나고 이어진 회식 자리도 즐거웠지만,
무대 위의 낭송의 시간이 제일 행복했다.
짧은 시간, 나 자신을 모두 내던진 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