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댄스 첫날 하얀 눈이 내렸다
노인복지관 개강일이다.
캘리그래피는 첫 수업인데 휴강이라고 한다.
실버댄스는 눈길에 조심히 오라고 문자가 왔다.
첫날이라고 아내가 같이 가 주었다. 버스 못 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아내는 기다렸다가 끝나면 같이 오겠다고 했다.
아내가 기다렸다가 복지관 도서관으로 끌고 간다.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또 글을 쓰라고 한다.
일찍 와서 실버댄스 하기 전에 한 편, 그리고 실버댄스 하고 나서 한 편. 두 장이나 썼다.
바로바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다음에 잊어버려도 사진을 보면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또 자꾸 입 밖으로 말하면서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아내는 치매에 관한 한 척척박사가 되었다.
기억은 인풋보다 아웃풋일 때 작동하는 거란다. 그러니 응응 대답만 하지 말고 말이라도 따라 하라고 했다.
어땠냐고 아내가 물었다.
어떤 남자가 앞에 나가서 오두방정을 떨더라고 말해줬다.
아내가 박수를 치면서 웃었다.
"아주 배까지 내밀고는 잘 추는 척하더라니."
"고수래. 춤고수."
아내는 그 사이 사람들과 말을 트고 정보까지 수집했다.
그 사람은 군 출신인데 춤을 오래 췄다고 한다.
앞에서 스텝이며 박자까지 상대방과 제법 여유를 가지며 추는데,
나는 한쪽 끝에서 족보도 없는 스텝을 밟으며 몸으로 때우고 있다.
삼각형스텝 기본인데 왜 그렇게 때깔과 맵시가 절구통 같단 말인가.
무대 위에서 같이 춤추는 선생님의 눈이 나만 노려보는 것 같다.
하도 춤이 어설펐는지, 중간에 내려와서는 살짝 코치를 해준다.
동작을 좀 더 크게 하란다.
춤과는 담쌓은 지가 하세월! 굳을 대로 굳어졌는데 어쩌랴!
나름 용을 써봤지만, 그 밥의 그 나물이다.
본색은 아무리 감추어도 드러나는가 보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움직이니, 몸의 중심마저 휘청거린다.
'나의 찬란했던 춤솜씨가 다 어디 갔단 말인가!'
대학시절, 내가 춤을 추면 원형으로 많이들 모여서 박수세례 받기에 바빴다.
이제는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때의 환호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장구 장단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봉산탈춤'이,
대학시절 내내 나의 찬란한 '히트춤'이었다.
얼쑤! 좋다~~~!!!!!
추억이라도 남아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