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생각이 나겠지(휴민트를 보고)
영화를 보고 나왔다.
늘 그렇듯이 CGV 휴게실에서 아내가 공책을 꺼낸다.
"동무! 가열차게 쓰라!"
고문당하기 싫으면 빨리 감상문을 쓰라고 한다.
그야말로 감시와 처벌이 따로 없다.
뒤적거리며 가져갔던 노트를 펴고는 빈 여백의 한 페이지를 펼쳤다.
영화가 끝나는 무렵에는 나도 모를 눈물이 눈가를 적셨다.
눈물의 물기가 조용히 흐르며 잔잔한 소리로 퍼져나간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둥근달을 쳐다보면은'
고국을 두고 낯선 곳에서 슬픈 나날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아플지,
누구 하나 구원의 손길도 보내지 않는 굴욕의 시간 속에서,
마음 한켠을 날카롭게 찌르는 노래가 내 가슴을 적신다.
고향에 가고 싶은 그리운 마음을 둥근달만은 알아주실까.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그 비극에 나는 눈물만 흘릴 뿐이다.
그네들의 삶을 어찌 짐작할 수 있을까.
하루 해가 지는 빛으로 천천히 시들어간다.
애잔한 슬픔이 나한테 스며든다.
고향을 떠난 뒤 하루하루를 나는 과연 나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며, 내 삶의 순간들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다시금 되돌아본다.
영화 속의 이별 노래는 내 귓가에서 마음으로 다가와 함께 따라 부르게 한다.
그리운 사람들도, 가까운 사람들도, 하나하나 헤어지면서 낯선 사람으로 변해갈 때
나는,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본다. 낯설게 떠나보낸 오랜 친구들도,
나에게서 멀어진 사람들도 다시 내 마음으로 불러들인다.
쉽게 잊을 수 없는 음악의 선율이 나를 계속 소환한다.
입에서 맴도는 노래를 부르면서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그리운 사람들을, 잊힌 사람들을, 정다운 눈길로 마주하며 다시 한번 웃고 싶다.
다정한 목소리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입에서 맴도는 노래를 부르면서 별 하나 나 하나 마음 담아 불러본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둥근달을 쳐다보면은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은 잊을 수는 없을 거야.
노래가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