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도 음표가 바람에 스치운다
기타를 배우러 나간다.
어깨에 메고 보니, 생각보다 기타가 길쭉하다.
버스에 올라타면 서서 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막상 버스에 올라 내리는 쪽 좌석에 앉아보니 다행히 앉아있을 만했다.
친절한 얼굴로 맞이하는 기타 선생님의 푸근한 모습이 백발과 아주 잘 어울린다.
선생님은 멋있다. 눈빛이 날카롭지만 눈에서 빛이 난다.
몇 번 하지는 않았지만, 난 늘 앞자리에 앉는다.
배울 욕심에 그렇기도 하지만, 설명을 들으려면 앞에 앉아야 잘 들린다.
더군다나 기타 초급반이다. 걷지도 못하는데 날 수는 없지 않은가.
쫑긋거리는 귀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선생님의 손을 좇는다.
엉거주춤 자세를 잡고 스트로크 자세나 주법을 눈여겨본다.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참새가 날려고 하니 얼마나 가소로운가 싶다.
그래도 필요하다 싶어 따라 해 보지만, 머리와 손이 따로 논다.
당연한 결과다. 걷지도 못하면서 뛰는 격이니 넘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엔 쌓아 올린 것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나 자신의 바닥이 드러난다.
주변의 사람들을 슬쩍 훔쳐보며 위로의 희생물을 찾아 나선다.
다들 나보다는 나아 보인다.
수업시간이 꽤 길었는데도 좌충우돌하다 보니 시간이 불쑥 지나가버린다.
선생님의 행동거지를 보니 끝날 때가 되어가는 것 같다.
"기타는 서두르지 마세요." 그러면서도, 끝날 때가 되니 선생님도 서두른다.
오늘 하루도 초보의 모습으로 갔다가 여전히 변함없는 초보로 돌아왔다.
무언가 더 익히게 되면, 들고 다니기 불편한 기타가
몸에 꼭 맞는 옷처럼 될 때를 상상한다.
그때 멋지게 기타를 치며, 아내에게 노래 한 곡 불러주고 싶다.
오늘 밤에도 코드가 내 손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