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지만 노래연습

<행복한 산책>

by 수필천편

가곡합창반은 여자가 대부분이고, 남자는 4명뿐이다.

남성파트를 연습해야 한다.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주는데, 생전 처음 듣는 노래다.

<행복한 산책>

낯선 노래를 몇 번이고 따라 부른다.


귀가 아플 정도로 듣고 소리 내어 발성해야 한다.

더군다나 합창수업할 때 맨 앞자리에 앉는다.

당연하게 선생님의 눈길이 제일 먼저 나를 바라본다.

청력이 좋지 않아 앞에 앉은 것이 실수다.


수업 내내 앞의 선생님만 바라보고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음정, 박자 다 무시한 채 불렀던 것 같은데,

그래도 선생님은 그저 웃는 얼굴로 봐주신다.

여러 곡 불렀는데도 이 노래가 유난히도 까다롭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찾아 들어보는데 낯설지 않게 들려온다.

다만 무엇이 다른 탓인지 수업 때의 노래와는 조금 다르다.

아마도 '조'가 다른 것 같다.


수업 시간의 노래가 날카로운 음이었다면,

유튜브의 음은 부드럽고 정다움이 있는 정서가 느껴진다.


들어도 들어도... 뭐라고 말할까?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당기는 목소리가 창밖의 햇빛과 어우러지며,

거실이 따스해지고 마음이 시큰하면서도 울컥거릴 듯한 음정이

내 마음을 울렁거리게 한다.


예전에는 나한테도 분명 감성이 있었을 텐데,

오랜 세월 속에 묻혀있었던 것 같다.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따라 불러 보니,

예전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 감성 한 오라기가 다시 피어나는 것 같다.


창밖의 햇빛이 맑고 환하다. 오전 시간이 음악과 어울린다.

노래의 마지막 소절을 따라 부르며 나도 부드럽게 끝내 본다.



꽃피고 새들 노래하는 길

우리 함께 걸어요, 우리 함께 걸어요.

행복한 사랑의 노래가 우리 마음속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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