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말하기
어떻게 이렇게 치매 초기 상태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지, 비법이 무엇입니까?
일단 먼저, 맘가짐이 중요합니다.
네? 망가짐이요?
마. 음. 가. 짐이 중요합니다.
질병이 왔다고 코빠뜨리지 말고
질병은 그저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아내와 발음 연습을 한다.
발음이 점점 샌다고 한다.
'산수유 하나를'은 '산수 나라'로
'가난하다고'는 '가나다고'로
'대통령한테'는 '대통테'로 들린다는 것이다.
책도 소리 내서 읽고, 뉴스를 요약해서 아내한테 브리핑도 한다.
물론 시낭송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는 시대로, 뉴스는 뉴스대로, 책은 책대로 발음이 새고 있다.
녹음을 들어 봐도 내 발음은 꼬이고 또 꼬인다.
한마디로 '어버버'수준이다.
혀를 제대로 못 놀리는 것 같다.
입이 너무 굳어 있는 건가 싶다.
아니면 질병으로 인해 입도 혀도 근육도 점점 굳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병원에서 왜 '간장공장공장장'을 해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렇다면 천천히 말하는 게 보약이다.
정확하고 또박또박 말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말하는 소리를 내 귀로 듣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청력문제가 문제이기는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어쩔 때는 귀를 기울여도 말이 귀에 담기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릴 때가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쨌든 지금처럼 하던 대로 꾸준히 연습하는 수 밖에는 없지 싶다.
아나운서도 볼펜을 물고 훈련을 한다는데,
타고나는 건 없다는데,
하물며 나는 구강구조뿐 아니라 청력도 안 좋다.
그렇다면 턱을 붙잡고라도 말하는 연습을 다시 해야겠다.
천천히 또박또박 크게 반복해서 해 보는 거다.
치매 덕분에 해보는 것도 많은데,
이제는 새로이 말까지 배운다.
그래도 아직은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면 다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