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대회 찾아가는 일
장소는 교육연구원이다. 언제인가 가본 기억을 어슴푸레하게 떠올려본다. 건물 모양이 조립하듯 하나씩 모양을 갖춰 간다. 가는 길이 떠오를 듯 말 듯 찾는 건물이 모양을 희미하게 드러냈다가는 다시 사라진다. 그래도, 흐릿한 기억의 파편들을 의지하면서 이 길이지.. 이 길이지 하며, 그 한마디 꺼낼 때마다 조금씩 신기하게도 갈 길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무언가 이상하다 싶으면 뒤로 되돌아와 갈림길에서 어긋난 길을 다시 바로 잡는다. 기억 한 자락 한 자락 걸으며 걸어간다. 발의 의지와 기억의 감각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흐트러졌다가도 또다시 방향을 찾는다. 시는 외워두면 잊지 않고 입에서 흘러나오는데, 왜 이렇게 길은 가도 가도 흐릿해지는지, 나 자신이 대답만 해준다면 물어보고 싶다. 밤이라도 새우면서 말이다. 밤에 잠을 청하러 누웠는데 시구절이 저절로 떠오를 때가 있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외워본다. 아마도 내 기억력을 못 믿는지 '좀 더 확실하게 외워!' 하는 말을 듣는 것 같다. 아마도 무의식이 부족하다는 내게 급하게 알려주나 보다. 이왕이면 아침에 잠을 깰 때 알려주면 최고의 보디가드다. 하지만 다급하다니 어쩌랴!
내가 가는 곳이 사는 곳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이다. 오래전에 갔던 기억을 지팡이 삼아 아름아름 찾아서 가야 한다. 늘 내 기억은 같은 길을 가면서도 낯설어하고, 행여 찾는다 하여도 돌아올 때 그 왔던 길이 이미 희미해져 있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기억에, 때로는 감각에 의지하면서 한 발 한 발걸음 소리를 듣는다. 힘차면 정확히 간다는 말이고 흐릿하면 가는 길이 머리에서 헝클어진다는 신호다. 다시 멈춰 한참을 두리번거리고는 다시 희미한 기억 속의 길을 더듬더듬 짚으며 걸어가야 한다.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반갑게 인사하며 길을 물어볼 태세를 갖춘다. 이 모든 나의 행동이 보물 찾는 길처럼 내게는 소중하다. 가는 길, 찾는 길, 돌아오는 길 모두 걸어갈 때는 나를 제대로 집에 떨구어주는 소중한 길이다.
아마도 아내가 오늘 내가 가야 할 길을 넌지시 일러줄 것이다.
'말해주면 확실히 기억할 수 있지?'
절반은 기대, 절반은 포기의 심정으로 말이다.
"그럼! 그렇게 말해주는데 못 찾아갈 리 있나? 걱정 마 제대로 찾아갈 테니까!"
자기 암시처럼 따라 말한다. 실타래 풀어 실을 감듯 기억 속의 그 길을 내 머릿속 희미한 길 찾아나간다. 길을 제대로 딛고 가면서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오늘 걸었던 길이 기꺼이 즐거워진다. 가는 길 제대로 찾았으니 돌아오는 길은 좋은 기분으로 가을 햇빛 그늘로 숨어가며 다시 집을 향한다. 대회이기 때문에 당연히 회식 같은 것은 없다. 그런 시간은 내게는 서툰 시간들이다. 후련하게 잘하든 못하든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내 할 일은 다 마무리했다. 대회에서 후련하게 시낭송했으니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서운해하지도 말자. 내가 하루 할 일 했다는 것 하나로도 분명히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굿 초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