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인 내가 읽은 책
"나는 사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인생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완벽한 하루 中에서)
오늘 오후 마르탱 파주의 <완벽한 하루>를 마저 읽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잘못된 생각이란 걸 한쪽 한쪽 넘겨가면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다.
'다시 읽어봐야 하나?'
얇은 책이 생각보다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책이라도 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책은 더 심한 느낌이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적은 편이다. 그런데 '완벽한 하루'는 무언가 다르다. 사람마다 독서스타일이 다르고 좋아하는 책 분류가 다른 건 있지만 말이다. 제목을 이해하려 차분하게 생각해 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확실한 결정은 다시 '읽어봐'다.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런 갑갑한 생각이 들 때는 물타기를 해야 한다. 다른 책을 읽어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푹 빠질 수 있는 책을 말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 '문제의 책'을 떠올리면 다른 마음이 들 수 있지 않을까? 불편한 마음이 들 때는 제일 좋은 방법, 즉 물타기다. 다른 책을 읽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쉽게 생각하면 고민할 것 없이 '한 번 읽었으면 됐어'라고 지나가면 쉬운 일이다. 그래도 찜찜함은 여전히 머릿속 한편에 남아있을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은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니면 내 치매 따문에 글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몇 페이지 읽으면 그전 페이지가 떠오르지 않기에 책을 읽는 감정이 붉게 물들었다 흐리지고, 끄트머리에서는 거의 기억을 헝클어버리는 때가 요즈음 잦은 일처럼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나 자신도 흐릿한 기억이 애처롭다.
오후 여섯 시가 아직 넘지 않았는데 벌써 창쪽은 짙은 푸른색으로 산을 어둑하게 만들고 있다. 아침엔 그렇게 생생한 산의 기운들이 느껴지는데, 지금의 산은 올라오지 말라는 듯 햇빛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좋은 점은 있다. 집중력이 강해진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 손이 마음처럼 쉽게 나가지 않는다. 노력에 결과가 따라오길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아직 내 노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려주려는지 글마저도 손이 쉽게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나침판이 있다. 그 나침판이 보다 못해 손가락으로 방향을 일러준다. 답답하다는 듯이. 그리고 다시 그 나침판을 똑바로 놓은 채 시작한다. 몸을 흩트리지 않고 꼿꼿하게 이리저리 움직인다.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려본다. 하루하루 나침판을 손에 들고 움직인다. 그저 기계적으로 방향만을 가리키는 것만은 아니다. 어떨 때는 삶의 방향도 함께 가리킨다. 우묵하게 말이다. 나도 완벽한 하루를 그리고 싶다. <마르땡 파주>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