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대회 나갔다가 시상식도 못 보고 돌아온다
배 보다 배꼽이 크달까? 치매라서 본의 아니게 주객이 전도되더라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시낭송 대회 참가했다. 10시 시작이지만 9시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같이 가기로 한 일행과는 8시 10분에 만나기로 한다. 집에서 7시 20분에 나갔다. 천천히 뛰어갔더니 30분 일찍 도착했다. 같이 가자고 전화해 준 회원이 고마워 마음이 너무 앞섰나 보다. 대회에는 같은 회원들이 많이 참석했다. 더러는 내가 상을 탈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바로 돌아와야만 했다. 같이 가자고 차를 태워준 일행이 일이 있어 급히 가봐야 한다고 했다. 나는 가는 김에 따라붙어야만 한다. 치매란 그런 것이다. 몇 번을 와 본 곳도 처음 보듯 낯선 곳이 되는 것이다. 엄마 잃은 미아가 될까 봐, 오직 같이 온 사람만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택시를 타고 갈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어둠처럼 깜깜한 무대에 오직 한 줄기 조명처럼 생각이 하나에라도 붙잡혀 있는 것이 다행일 정도다. 시낭송 대회를 온전히 즐기지도 못하고 그저 돌아오는 길에만 온통 마음이 쏠려있다. 그래도 스스로 위안 삼아 이 정도면 됐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