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기억 속의 형수님

by 수필천편

실패에 감긴 실이 술술 풀리듯이 내 기억도 술술 풀려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약한 고리가 있다. 장난감 블록으로 집 모양을 만들어도 중심을 제대로 잡지 않는다면 그저 사상누각일 뿐이다. 아주 어렸을 적에 형수님이-그때 그 시절에는 '아짐'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했다- 어디서 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종종 얽힌 실타래 뭉치를 들고 온 적이 있다. 그럴 때면 언제나 나를 부르곤 했고, 그저 나는 익숙한 듯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면, 형수님은 그 작은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다가 내 팔에 감는다. 어느 정도 실타래가 팔에 감기면 팔에서 벗겨내고는 꽈배기 모양으로 쥐어짜듯 둘둘 말았다. 처음에 가져왔을 때는 솜뭉치처럼 푹신하던 것이 실처럼 감겼다. 그런 실감으로 바지 밑단 터지면 꿰매기도 하고,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옷이 걸려 찢어지면 몇 번씩이나 누빈다. 지금이야 그걸 떠올리면 썩 잘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는 입을 수만 있게 만들어주면 감지덕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형수님의 수고로움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흘린 땀만큼이나 식구들도 살 길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막내였던 나 역시 고향을 떠나면서 가족들은 각자의 좁은 땅에서 식구들이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 인연이라는 것이 얽히고 살아가듯이 세월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그리움들이 옅어지는 가족 각자의 삶은 나름의 식구들을 다시 원형으로 하는 가족을 이룬다. 다시 새로운 가족들이, 이제는 그 오래 전의 가족들의 삶들이 희미해지며 나 자신의 삶이 중심으로 다가온다. 지나온 삶들을 다시 돌이켜 볼 때가 아니지만 가끔 스쳐가듯 떠오르는 희미한 얼굴들이 눈을 감으면 그때의 그 얼굴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동네에서 놀이를 하며 보냈던 아이들과, 학교에서 어울렸던 검은 교복의 친구들이 그때의 모습으로 환갑이 되어갈 나이임에도 그리움과 함께 불쑥 떠오르는 얼굴들이 그립다.

어느 시구처럼 오래된 기억 속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드밀면, 그때의 감정들과 그 정겨웠던 그 사람들 얼굴이, 목소리가, 그 그리고 뒷모습조차도 정말 그립다. 실패에 실을 감듯이 감긴 실들이 바람에 날리듯 그 풀린 실패에서 나오는 그들의 얼굴들과 목소리들과, 몸짓들이 눈물 나게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