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1인분 인생

내 세계에는 나만 있다

by 수필천편

내가 쓴 글을 한 번 읽어 본다. 글에는 나 밖에 없다. 분명 모든 조역을 다 아내가 해준다. 그런데 아내도 내 글에는 없다. 치매세계는 오직 나. 나밖에 없는 건가 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치매가 뭐길래 그렇게 된 것일까. 정상적인 기억이 일그러지고, 다시 되돌리는 것은 힘들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떠올리려 생각해 보지만 조금 전 알고 있던 일이 안개처럼 사라지듯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리 왜곡되었다 해도 이럴 수는 없지 않을까? 마치 하나하나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이 지워지는 듯하다. 시야가 좁으면 보이는 것도 작은 것처럼 그렇게 흐릿하다. 내 중심세계가 모든 것을 재편한다. 어떤 것은 풍경화처럼 선명하지만, 또 어떤 그림은 추상화처럼 알아볼 수가 없다. 의도하지 않아도, 노력하려 해도 마치 다른 도로를 타고 가서 잘못 내린 것 같은 기분이 불쑥불쑥 든다. 실제로도 그럴 때가 부지기수다. 하나씩 줄인다고 생각하며 노력하지만 잘해봐야 하나 기억하고, 다시 하나 잊어버린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억울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내 몸이니 내가 무언가 잘못하여 생긴 일 누구를 탓할 사람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혼잣말하듯 중얼거린다. '대머리처럼 이건 분명 유전이야.' 자신 없지만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억울하지 않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진다.

쓰다 보니 또 나만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