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글을 맛깔스럽게 쓰려면?

by 수필천편

글쓰기 교실 첫 수업을 가다.

평생학습관은 늦을 때가 아니면 늘 걸어갔는데,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간다. 걷기엔 시간도 빠듯하거니와 첫 수업인데 일찍 가서 자리에 앉는 기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모처럼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옹알이를 하는 아이처럼 중얼거리며 간다. 기억 속에 있는 시들을 하나씩 꺼내 소환하는 것이다. 어떨 때는 빠르게, 어떨 때는 차분히 읽듯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암송해 본다. 머릿속에 보관해 놓은 시 순서를 떠올리면서 하나씩 하나씩 외워나간다. 다른 사람 들리지 않게 내릴 곳도 놓치지 않도록 바깥 힐끔 보면서 말이다. 걸으면 제법 걸릴 시간 버스를 타니 금세 내릴 정류장이 저 앞에 보인다. '걸어와도 될걸'하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첫 수업이니 일찍 도착해 앞자리에 앉을 요량이다. 그래서 계획대로 제일 앞 가운데를 앉았다. '자리란 처음에 잘 잡아서 계속 앉아야 하니깐' 말하자면 내 자리라고 도장을 찍는' 의식이다. 우연히도 오래전에 시낭송을 하신 나이 든 한 분이 한 칸 건너뛴 의자에 앉아있다. 반가워서 인사하니 그분도 주름을 잔뜩 만든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강의실이 조그마한 공간이다. 강의를 신청한 인원에 맞는 강의실을 준비했겠지 싶다. 잘되었다. 청력이 좋지 않기에 늘 앞자리를 앉는데, 칠판 너무 가까운 까닭에 한 칸 뒷좌석으로 골라 앉았다. 적당하다 싶다. 답답하지는 않을 정도의 교실크기라 괜찮은 것 같다. 바로 앞자리에는 오래전에 시낭송을 다니시다 그만둔, 주름이 많은 낯익은 얼굴의 한 분이 보인다. 얼굴에 언제나 웃음 가득하다. 주름이 가득한데도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니, 환한 얼굴을 하며 그분도 웃는 얼굴이다. 아는 얼굴이 보여서인가 보다. 강의할 선생님은 미리 와서 있었고, 오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웃으면서 맞이해 준다. 그리고는 첫 강의를 할 시간이 되었는지 출석부를 펴고는 수업에 들어온 사람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본다. 눈에 익히려는 것 같다. 첫 강의가 그런지 바로 수업에 들어가지는 않고, 선생님 자신의 간단한 소개를 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소개할 시간을 준다. 소개를 들어보니 모든 참여자가 이 수업은 모두 다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르칠 선생님도 편안한 얼굴로 수업을 시작한다. 짧은 시간 금세 지나간다. 내 머릿속도 빠르게 잊힌다. 노트에 기록을 드문드문해가며 수업을 들었는데, 돌아오는 길 걷다 보니 그 속도만큼 빠르게 잊히는 듯이 머릿속이 가벼워진다.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 제일이다. 노트는 기록이 날아가지 않으니 소처럼 되새김질할 수 있어 다행이다. 강의 도중에 고개를 끄덕거릴 시간에 부지런히 써야 한다 싶다.


돌아오는 길 익숙하기에 발걸음 빨리하며 걸어온다. 평생학습관에서 나와 걸어가면 화선지 파는 가게가 나오고, 조금 더 걸어가면 학교가 보인다. 그 길 옆으로 계속 걸어가면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금세 낯익은 사거리다. 잠깐 걸어가면 동사무소이고, 신호등 두 번 건너면 바로 집이다. 걸어오니 다리 아프지도 않고 하나하나 거리 눈 익혀놓으니 집을 금세 돌아온 기분이다. 늦가을이어인지 금세 해가 지고 바깥 창밖은 안쪽 조명으로 또 하나의 나를 어렴풋하게 만들어낸다. 창문을 열면 짙은 어둠 속에서 산의 모습이 보일 듯 말 듯 어둠 속에 묻혀있다. 짧은 해가 아쉬워진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지만 저문 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담한 책상에 작은 조명을 두 개 밝히고 앉아있으니, 부드러운 빛이 나의 저녁을 오롯이 채우고 있다. 하루가 시나브로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