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

산다는 것은

by 수필천편

산다는 것은 걸어가는 것이다. 걸음 하나하나 내딛을 때마다 발길 앞에는 갈림길이 있다. 그 길에는 물음이 있다. 우리는 살아간다. 어떤 길목을 들어서든지 선택해야 한다. 때로는 넓은 길로, 또 어떤 때에는 좁은 길로 가야 할 때가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길을 갈 때도, 또 어떨 때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 있다. 살아가는 인생길이 어지럽게 거미줄을 치듯, 그때그때마다 선택의 길이 나타난다. 알면서도 선택하고, 때로는 의식하지 못한 채로 그 길을 간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때로는 비슷하면서도 그 내면은 전혀 다른 길이 있다. 앞 길이 보이는 길이 있고, 그 길이 어떻게 되어갈지 모르는 길도 있다. 어디로 걸어갈지는 걷는 사람의 마음이다. 누군가는 귀찮음에, 누군가는 호기심에 선택의 길을 간다. 인생이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걸을 때마다 사람들은 제 각각 자신만의 삶 속에서 선택한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또 누구는 손바닥에서 침을 튀겨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결국엔 모두가 알든 모르든 간에 언제나 선택의 순간들이 앞을 막고 서 있다. 어떤 날은 즐거움으로, 또 어떤 날은 귀찮은 것들로 둘러싸인다. 자신들의 선택이 어떤 때에는 직선의 길로, 또 어떨 때에는 빙빙 돌아가는 회전마차처럼 굽이굽이 걸어간다. 산책처럼 살아간다면 꽃길이고, 등산처럼 살아간다면 말 그대로 힘든 산길이다. 하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마음이 누구는 때때로 마음이 변하며, 또 누구는 굳은 마음으로 늘 한결같다. 각자의 생각과 의지가 그 방향을 가리키는 것일 게다. 이제는 여름의 계절을 뒤로하고 선선한 가을을 맞는 아침 하루이다. 여름 산길이 무더운 길이었다면, 돌아오는 가을의 산길은 말 그대로 꽃길이다. 꽃이 피었다는 의미보다는 걸어가는, 걸어가는 길이 너무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그런 꽃길 말이다. 사람이라면 누가 꽃길을 싫어할까. 꽃향기로 손길을 적시며 코가 빙긋 웃을 그 길 말이다. 오늘도 돌아오는 산길에서 손바닥에 들어갈 수첩을 펴고 아직은 덜 외워진 송찬호 선생님의 시 <채송화>를 낭송하듯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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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 송찬호

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 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수염으로 알록달록 포도씨만 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 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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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시를 읽으며 외워보세요. 산길이든, 동네길이든 그저 걸어가는 것보다는 즐거운 하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