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보다 중요한 오고 가는 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낭송 대회가 열렸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시낭송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집에 막 돌아온 참이다. 햇빛은 화창한 봄색깔인데, 부는 바람이 피부에는 싸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포장을 두른 곳에 사람들이 앉을 곳을 만들어 두었다. 포장 안쪽 의자에 앉아있지만 바깥이어서인지 늦가을 바람만 쓸쓸하게 불어온다. 모인 사람들은 다들 부는 바람 막으려 옷깃 여미며 따뜻한 물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다. 행사에는 먹을거리가 빠지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인지 자른 가래떡, 팥떡이 조금씩 담겨있다. 사람들은 따뜻한 물 한잔과 떡을 물어뜯으며 부지런히 입을 놀린다. 눈길은 무대에 가있다. 낭송하는 사람들도 모두 가을 정취에 취한 탓인지 담백함보다 조금은 감정에 젖어들어 음이 높아진다. 그래도 멋진 낭송들이다. 내가 한 시낭송,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아무런 상도 타지 못했다. 지금쯤이면 대회 결과가 나왔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부지런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싶다. 노력에 보상이 없다면 허망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할 일 하나씩 해나가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조금씩 하루하루가 지나더니 11월의 달력이 우뚝 선다. 11월의 첫날이다. 햇빛 쨍쨍하게 내리쬐는 바깥이 마치 봄이라도 돌아온 것처럼 화창하지만 가을바람 섞여있다. 늦가을에 따스한 봄날이 어느 때보다 그리워진다.
지금 떠오른 생각이다. 산에 오늘 다녀오질 못했다. 아무래도 일찍 바깥일이 있었던 탓이다. 지금이라도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햇빛 따뜻하니 더 좋다. 봄이라면 더 좋겠지만 계절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는 법, 차례차례 거쳐야 한다. 무엇이든 순서가 있느니 말이다. 이제는 제대로 정확히 외워야 할 시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에 열성을 다해야 한다. 입에서는 틀리지 않게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생각일 뿐, 맞는지 틀리는지는 맞춰봐야 할 것이다. 내 기억은 나 자신도 모르게 틀리게 기억할 때도 많다. 그래서 확인이 그때그때 필요하다. 계속해서 입으로 되뇌면서 생각을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시낭송 대회는 계속 열린다. 그러니 아쉬워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야 할 일이다. 단지 외우는 수준이 아니라 그 감정이 잔잔하게 어려있는 시를 노래하듯 말이다. 그래야 시낭송에 맞는 것이 아닐까? 시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보다 그 감성을 느껴 낭송하는 것이 제대로 된 낭송이다.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 가짐을 다시 한번 가져본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새롭게 시작할 시간을 갖는다. 해야 할 일들 시작한다. 헬스클럽 운동, 그리고 산에 다녀오기, 그리고 또 소설도 쓰며 책 읽고 할 일은 수북이 쌓여있다. 다시 시작이다. 나는 일단 정육점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