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문장들-
'바늘땀'-'바늘땀'에서 만난 '진실
'바늘땀', 데이비드 스몰, 미메시스, 2012. feat. 폴델보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성장소설을 좋아했다. 약하고 어린 주인공이 어려운 시간과 사건을 극복한 후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는 서사는 언제나 매혹적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텍스트들 역시도 대부분 그러한 내용의 것들이 많았다. 우선 ‘구스반 산트’ 감독의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굿 윌 헌팅’이 그렇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현실적인 성공은 나오지 않으나, 맷 데이먼이 맡은 캐릭터인 윌은 내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또한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에서 유독 4화에 나오는 샌드위치 소년의 이야기를 너무 좋아했다. 외국에 입양되어서 양부에게 학대를 당하는 소년이 도깨비가 전해주는 샌드위치를 만나고 이후에 성공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살았다는 내용이 내겐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그림책 작가로도 잘 알려진 데이비드 스몰의 그래픽 노블인 '바늘땀' 역시도 그렇다. 사실 데이비드 스몰은 그의 아내이자 역시 그림책 작가인 사라 스튜어트와 함께 만든 ‘리디아의 정원’의 그림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밝고 긍정적인 그림이었다. 이후 '도서관'등의 좋은 작품을 통해 역시 희망을 주는 건강한 작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바늘땀’을 통해서 그의 어린 시절과 가족 간의 상처에 대해서 알고 적지 않게 놀랐다. 이 작품에서 그는 평범해 보이는 중산층 가정의 아들로 보이지만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는 도를 넘는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몸에 이상이 생겨도 돈 걱정부터 하고 아들이 읽는 책을 불태워버리는 만행까지 저지른다. 외롭고 절망적인 아이는 암으로 밝혀진 목의 혹마저 귀찮아하며 방치한 부모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너무 늦게 목에서 혹을 제거하게 되고 제목인 ‘바늘땀’은 그로인해 남은 수술자국을 의미한다. 바늘땀은 거울을 볼 때마다 부모의 무관심을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상처일 것이다. 이 책에서 심리상담사는 아주 의미있는 말을 한다. “네 어머니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라고 말이다.
이 말 이후에 장면에서 아이는 털썩 무릎을 꿇고, 상담사의 다리를 잡는다. 왠지 그 장면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아이는 아마도 오랫동안 알고 있었을것이다. 상담사는 그것을 확인해주었을 뿐. 글쎄, 상담사의 이 말과 태도에 대해서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데이비드와 같은 성향의 아이에게는 진실을 확인시켜 주는 반드시 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진실의 힘'으로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데이비드 스몰의 '바늘땀 중에서>
마지막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어머니가 열심히 길을 청소하고 있는 꿈을 꾸던 데이비드가 그 길의 끝에서 본 것은 할머니의 정신병원건물이었다. 어머니는 왜 길을 닦고 있었을까? 데이비드가 그 길을 뒤따라올 수 있도록? 다음 페이지에 마지막 문장이 나온다.
난 그 길을 따르지 않았다.
누군가는 어머니의 삶 역시 그의 어머니 그러니까 데이비드의 외할머니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고, 그녀 역시 피해자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사건에서 그런 시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일 뿐이다. 어머니에게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삶의 시간들은 충분했을 것이다.
책에 마지막에 실린 사진들, 특히 어머니의 사진들을 보면서 아직도 그는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데이비드의 창작활동은 어쩌면 그의 성장기의 상처에 대한 치료의 과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작품들은 더욱더 아름답고 의미있다.
데이비드 스몰의 ‘나 혼자’는 '바늘땀' 다음으로 출간 된 그래픽 노블이다. 이 작품은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끝까지 읽기조차 힘들었다. 주인공인 러셀보다 더 아픈 삶을 사는 그의 친구인 월런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기조차 어려웠다. '바늘땀'이 가정에서 벌어진 방관과 폭력에 대한 개인적인 성장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맺는 인간관계는 역시나 건강하지 않다. 이 책은 그들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적나라한 모습을 그대로 알려주는 작품이다. 이 책을 성장통이라고 이야기하고 주인공이 이 사건을 통해서 아파하는 에피소드로 다루는 데 그치는 것을 그래서 나는 반대한다.
오래전, 아마도 1997년쯤에 벨기에 브뤼셀에 간 적이 있다. 공항에서 내려서 시내로 들어서는 내내 도시전체에 전시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하는 한 작가의 전시회에 대한 포스터였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표현한 듯했다. 그림에 이끌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나는 숙소 근처에 있던 벨기에 왕립미술관을 찾았다. 작품전을 감상하고, 그의 화집과 도록도 구매했다.
이후 화집으로 만났던 내게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인상적인 작가였는데,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폴델보의 이야기다. 그의 대표작인 '불안한(염려되는)도시'에는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체다. 황폐한 거리에서 불안한 표정의 사람들 속에서 중절모를 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한 남자는 그 도시의 낯선 이방인과도 같다. 자신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소통이 힘들고 낯선 공포의 세상에선 대부분의 사람은 사람은 지독한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마치 데이비드가 가정에서 느꼈던 그 감정과도 같이 말이다. 우리는 그때에 데이비드와 같이 그 길을 따르지 않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1. 이 책에서 찾은 기쁨의 문장은 "난 그 길을 따르지 않았다."이다. 자신의 노트에 그대로 옮겨 써보자.
2. 자신을 둘러싼 힘든 환경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었는가? 그랬다면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문장을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