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튤립이에요.'-'존재만으로도 그냥 소중한 우리'

-기쁨의 문장들-

by junetree


'나는 튤립이예요.'-'존재만으로도 그냥 소중한 우리'


‘나는 튤립이예요’.,호원숙 글. 박나래 그림, 어린이 작가정신, 2020 feat. 모지스 할머니


우리 가정은 매주 토요일 오전에 북 클럽을 한다.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여섯 살 때부터 했으니, 햇수로 10년째다. 이 시간에 우리는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나는 매주 미리 읽어 본 한 권의 그림책을 가족들에게 읽어준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는 ’낭독의 힘‘을 깊이 깨달았다. 그냥 묵독을 한 책과 입 밖으로 실제로 소리를 내어 낭독을 한 책은 그 느낌이 분명히 다르다. 낭독을 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깊이 있게 깨닫게 되기도 했다.

호원숙 작가의 '나는 튤립이에요'를 낭독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그냥 읽을 때는 머리로만 깨달았었는데, 말로 표현하니 읽은 문장에 내 인생에 그대로 적용이 되었다. 놀라운 깨달음이었다. 이 책에서는 처음에 깊이 잠들어 있는 마늘 같기도 하고 양파 같기도 한 구근을 보여준다. 뉴욕에 사는 할머니가 서울에 사는 친구 할머니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구근은 곧 서울에 사는 비아 할머니 집의 앞마당에 심어진다. 눈이 쌓이고 땅은 얼어가고 구근은 자신이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 봄이 오고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할머니는 칭찬을 해 준다. “꽃봉오리가 올라오는구나, 기특하기도 하지.”라고 말이다. 그 다음 문장은 “할머니의 칭찬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이다.

이 문장을 낭독한 후 나는 조금 놀랐다. 묵독을 할 때는 그냥 넘겼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줄탁통시’의 좋은 경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한 세상을 깨고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 다른 이는 아마도 부모나 선생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모나 스승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한 경우 아이들에게는 내면화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 필요하다. 나는 책을 통해서 그 대상을 찾을 수 있다면 무척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서 찾은 아이라면 조금 더 발전시켜서 자신이 스스로 직접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구근은 할머니와 할머니의 귀한 손녀 민아를 만난다. 할머니는 민아에게 이야기한다.

“민아야, 튤립꽃이 빨갛게 피었단다.”

구근은 드디어 자신에게 희망을 준 할머니를 통해서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다.

“내 이름은 튤립이었습니다. 튤립, 튤립.”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사랑을 준 할머니가 알려준 이름이 바로 튤립이었다. 민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튤립은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어.”라는 고백을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어



이 부분에서 나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고모는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그래도 오래 사니 너희들이 이렇게 크는 것도 보고 좋다.”라는 말을 하셨다. 힘든 시간의 삶 속에서도 기쁨을 찾아내신 것이다. 돌아가신 이후에도 그 말은 오랫동안 내게 기억에 남았다.

이 책은 존재의 깨달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세상의 어떤 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든 드물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를 땅속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려고 끊임없는 관심과 칭찬을 해 준 이를 만나다면 행운이다. 그리고 내게 불러 준 ‘튤립’이라는 이름은 소중하다. 그런데 튤립이 앞서 이야기했던 마늘이나 양파보다 더 나은 존재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존재라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 동화를 읽으면서 ‘그런데 백조가 오리보다 더 우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던 것처럼 튤립은 더 아름답고 우월한 존재가 아닌 그저 다른 존재이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소멸할 존재이다. 죽음은 세상과의 이별이기 전에 나와의 이별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내게 고모를 비롯한 만나고 헤어졌던 많은 이들이 결국은 이야기로 남았다. 나 역시 하나의 결국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또한 사랑이란 내가 사랑하는 나와 사람들 그리고 가치나 이념을 위해서 싸울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은 강한 것이 아니라 강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75세에 그림을 시작해서 101세까지 1,600점의 아름다운 그림을 남긴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본다. 어린시절부터 가정부로 일하며 학교교육도 제대로 받지못했고, 결혼을 해서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며 농장을 일을 했다. 연로해진 그녀는 사랑했던 자수를 못하게 되자 그림을 시작한 것이다. 비 전문가가 그린 ‘나이브 아트’라고도 불리는 그의 그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모지스 할머니의 1950년 작품인 ‘마을축제’역시도 그저 일상을 그린 그림과 같다. 그러나 축제의 모습이다. 우리 삶도 얼마간은 이와 같은 축제일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그 날들을 그저 일상의 모습으로 생각하는 것일 것이다. 1948년 작인 ‘아름다운 세상’역시도 평온한 일상의 모습이다. 그가 생각한 아름다운 세상 역시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다. 존재 자체로도 아름다운 ‘튤립’처럼 말이다.




1. 이 책에서 찾은 기쁨의 문장은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어."이다. 자신의 노트에 그대로 옮겨 써보자.


2.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쁜 시간을 보낼때 어던 생각이 드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느낌이나 생각을 나만의 문장으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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