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

-'엄마는 해녀입니다', 글. 고희영.그림, 에바앨머슨.번역,안현모-

by junetree

몇 해 전에 스페인 화가인 에바앨머슨 작품전시회에 가서 여러가지 굿즈와 화집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냥 쓰으쓰윽 그린것 같은 그림이지만, 묘하게 기쁨과 행복감을 주는 그림이었다. ‘엄마는 해녀입니다'라는 책은 고희영 작가의 짧지않은 그림책 속 서사에 에바앨머슨의 따뜻한 그림이 함께 하는 책이다.

오랫동안 나는 주로 혼자서 책과 글의 밭에서 살아왔다. 그 밭에서 일구어 낸 작은 결과물들로 그 소소한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내게는 맞지 않는 여러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책과 글에 지치기도 했고 또 돈이 필요하기도 했었다. 마치 이 책에 나오는 엄마와 같이 말이다.


이 책의 화자는 아마도 아주 어린 엄마의 딸인것 같다. 그 아이의 엄마와 할머니는 제주의 해녀들이다. 할머니는 아주 오랫동안 해녀일을 해오며 살고 있다. 할머니는 그곳의 다른 해녀들처럼 바다를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고 바다의 밭을 아름답게 가꾸어냈다. 그러나 아이의 엄마는 그 일이 싫었다. 도시의 미용실로 가서 얼마간 일을 했다. 젊은 여성에게는 바다보다는 훨씬 매혹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곧 그 일로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번도 바다를 떠나 본적이 없는 할머니와 같이 바다는 엄마에게도 생명을 주는 처방전이었다. 이제 엄마는 아이가 잘 보이도록 꽃무늬 태왁을 들고 바다에 나가서 건지고 잡고 줍고 딴다. 그러던 엄마가 어느날 커다란 전복을 잡다가 정신을 잃게 되고 할머니가 살리게 된다.

할머니는 "바다는 절대로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단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내일도 엄마와 할머니는 바다로 나가 일을 할 것이고 아이는 그들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할머니는 아이의 엄마에게 잊지 않고 이 말을 할 것이다.




“오늘 하루도 잊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라고 말이다.




책과 글을 멀리하고 몇 개월간 생계만을 위한 일을 위한 일을 하고 지냈다. 그리고 의미 없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든 것인지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일이 있지만 이제는 조금 숨을 쉬고 싶은 지금, 내가 다시 찾아 든 것은 다시 책이었다. 그래서 글을 쓰고 도서관에 가고 책을 읽는다.

햇볕 가득한 큰 창 아래에서 위즐커피를 마시면서 ’역시 내가 살아갈 수 방법은 이것이구나‘하고 느낀다. 시나몬 향이 가득 나는 비스킷을 한 입 베어물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린다. 에바앨머슨의 그림이 그려진 쿠션에 기대어 책을 읽으며 ‘딱 나의 숨만큼만 그렇게 읽고 쓰면서 살아가야 겠다.’와 같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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