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마스크를 쓰고 무라카미
T를 입고싶다.

-기쁨의 문장들-

by junetree

'우쓰기 미호'의 그림책 '치킨마스크'를 보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던 치킨마스크는 다른 멋진 마스크들을 쓸 수 있었음에도 결국은 자기 자신으로 남고자 한다.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읽어와서인지 나자신에 대한 근자감때문인지 나 역시도 재벌의 마스크도 최강미녀의 마스크도 필요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흔들리는 마스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하루키'마스크이다. 비록 70대 남성이지만 '하루키'로서 한 열흘 정도 살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글과 삶에 나타나는 그 작고 가벼워보이지만 또한 한없이 자유로워보이는 그 분위기가 부럽다.


이 책은 바로 그 '무라카미 하루키'의 T셔츠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다 모인 셔츠의 사진을 찍고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서술한다. 지극히 미시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지극히 하루키적인 글쓰기가 역시나 너무 좋다. 하루키는 하와이 플리마켓에서 1달러를 주고 산 '토니 타키타니'셔츠를 가장 좋아하고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했다. 노란 셔츠에 '토니 타키타니'라고 쓰여져 있고, 작가는 그것을 보고 상상해서 단편도 쓰고 그것으로 영화도 만들었으니 말이다. '미야자와 리에'가 인상적이었던 '토니 타키타니'는 절대고독에 대한 영화였다. 얼마 전 '하루키'의 소설 중 중 가장 잘 일려진 '상실의 시대'를 거의 삼십년만에 잠깐 다시 보고 놀랐다. 내 생각보다 훨씬 정말로 훨씬 아픈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십대 초반의 대학생이 읽기에는 추상적이었던 고통이나 슬픔을 이제는 생생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소비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어제 지오다노에 가서 갖가지 색과 프린트의 티셔츠를 여러 장 사왔다. 언제 입을 수 있을까?'하루키'도 실제로 이 셔츠들을 못 입는 다는데 나 역시도 그럴것 같기도 하다.



# 책은 역시나 굉장히 유쾌하다. 그 와중에 "20세기 후반부터 201세기 초반을 살았던 무라카미씨"라고 쓴 표현 근처에서 잠시 서성거렸다.






















작가의 이전글한 도시의 모든 이들이 '한 책'을 읽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