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정갈하고 단정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 많은 이들의 소망이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어려움에도 처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부엉이와 보름달’은 작가인 존 쇤헤른이 그림을 그리고 제인 욜런이 글을 쓴 그림책이다. 책 표지를 보면 하얀, 아무도 없는 눈밭에 보름달 바로 앞에서 아이와 아빠가 손을 잡는 그림이 보인다. 겨울에 깊은 밤에 부엉이를 만나러 온 아버지와 딸이다.
추운 겨울밤에 부엉이를 만나러 온 부녀는 달빛으로 환한 숲으로 다가간다. 부엉이 구경을 나가면 조용히 해야 한다는 말에 한 번도 아빠를 부르지 않는다. 아빠가 부엉이를 부른다. 부엉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다소 실망했겠지만, 딸은 이미 오빠들에게 들었다.
부엉이를 본 날도 있었고
부엉이를 못 본날도 있었어.
더 숲속으로 들어가서 달빛이 비추는 곳에서 아빠는 다시금 불러본다. 몇 차례 부른 후 부엉이는 대답을 한다. 아빠와 부엉이는 아름다운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오늘 숲에는 별일 없니
보름달이 아름답지 않니
날씨가 참 춥구나
그리고 짧으면서도 긴 시간에 부엉이를 만나게 된다. 부엉이를 구경하러 갔다 오는 길에 아빠는 말한다.
부엉이를 구경가서는
말할 필요도
따뜻할 필요도 없단다.
소망말고는 어떤 것도 필요가 없단다.
작은 에피소드일것만 같은 이 밤의 기억은 아이에게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큰 힘이 될 것이다. 추운 겨울날 자신과 함께 해주는 아빠, 그리고 환한 보름달, 차갑지만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겨울바람과 눈 밭에서 아이는 드디어 부엉이를 만난다. 부엉이를 만나는 것은 작지만 커다란 소망이다. 그것을 만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소망이다. 그것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매일 기뻐할 수 있는 것은 능력이다. 부엉이를 만나러가기 위한 준비, 가는길, 만나게 된 순간들은 우리의 삶에도 내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순간은 바로 누군가와 동행하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오빠들이 아이에게 한 이야기인 부엉이를 못 만나더라도 우리는 기쁜 생활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아이의 소망은 드디어 부엉이와 만나서 서로를 얼마간 바라보는 축복의 시간으로 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