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정한 기준대로 사는 삶
"내 인생은 내가 그려, 내 그림이 나한테는 맘에들어."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한 소절인데,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림을 인생에 비유하자면, 난 내 그림에 만족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왔다.
항상 걸작들과 비교했고, 단점들을 보완하여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표현하기 보다, 세상이 정한 가치들을 잘 표현하는 것이
멋진 그림을 그리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내 자신을 채찍질 했어야 했고, 내 마음은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
그 상처는 남들이 준 상처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새긴 상처였다.
난 그 상처들을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며,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
다행히 내 그림은 세상의 기준에는 부합한 그림이었기 때문에,
버려지거나 내팽겨쳐 지지 않고 어느 한 장소에 잘 보관되어
사람들에게 비춰지며 그림으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는 밀려오는 공허함으로 인해,
이제는 내 인생을 어떻게 그려왔는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내 그림을 보고 있자면, 작가 특유의 화풍이나 개성이 없다.
대신 고전이나 시대의 유행하는 걸작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섞여있다.
내 고유의 사상과 이야기와 고민들이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연습된 기교들이 컨버스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언뜻 보기엔 나빠보이지 않지만, 또 선뜻 손이 가지도 않는 그림이다.
진열장 사이에서 내 그림은 그저 그럴싸한 그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내 영혼을 자극한 노래의 한 소절로 돌아가자면,
나는 용기를 얻었고 결심을 했다.
삐뚤빼뚤 엉망진창 내가그린 그림을 누군가가 혹평할 지라도
난 내가 표현하고 느끼는 것들이 담겨진 내 그림을 사랑할 것이라고.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기자신의 그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도하면서..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그린 그림을 사랑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