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일과 잘 맞을까?
34살 연봉1억 대기업 직장인
직장생활 7년차에 접어든 나는 더 이상 이 타이틀이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대학교 졸업반 시절, 그토록 꿈에 원하고 갈망하던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수십 차례의 낙방 후에 가까스로 합격했던 터라,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입사하였다.
취뽀에 성공한 나는 인생 그 어떤 성취감과도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그러나 입사하자마자 지옥같은 회사생활이 시작되었다.
"차라리 취업에 실패하여 백수가 되는게 더 나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퇴사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을 뿐더러, 학생때부터 취업하여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월급은 돈 이상의 가치였다.
경제적 독립 그 자체만으로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수단으로써,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더 이상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자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
가족여행 한 번 못가본 우리가 가족여행을 갈 수도 있었고,
여자친구와는 학생 때는 엄두도 못 내던 바다에, 직접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었다.
모두 좋은 회사에 취직하지 않았더라면 누릴 수 없는 행복들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스럼없이 갑질하는 인간들과 화부터 내고보는 인간들에게 받은 상처로,
사람 자체에 대한 혐오가 생겨났다.
또한 업무에 대한 강박과 집착으로 인해 꼬여버린 성격,
기대했던 일들과는 전혀 다른 업무에 대한 권태,
작은 실수 하나 용납되지 않는 업무로 인한 불안으로
이제 나는 회사에서 누구와도, 단 한 마디도 나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입사 후 처음 생기롭고 열정적이던 내 모습은 이제 아무도 기억 못 할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 대한 관심도 없을 뿐더러, 이해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나에게 피해만 안 돌아왔으면 좋겠는 마음 뿐이다.
회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는 내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면 전화, 이메일, 미팅에서의 발언 등 1분 1초 타인에게 평가받고,
특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껴왔다.
회사가 정한 기준에 도달하여야만 했고, 그럴수록 나를 채찍질하며 부던히 노력했다.
그러나 동시에 타인에게도 내 기준을 대입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실수에 대해 지나치게 질책했고, 사소한 실수조차 참지 않고 비난했다.
어머니의 부탁은, 직접 해보지도 않고 던지는 잡일이라는 생각에 짜증부터 났고,.
누나의 직장생활은 내 회사생활에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무시했다.
내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그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회사가 나를 갉아먹는 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자기변론적인 이야기일 뿐,
회사를 다닌다고 모두 이렇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나 자체로 문제가 없는 사람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나의 고질적 문제들이 이런 상황과 맞물려 극적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회사를 다니면서도 내 자신을 잘 가꾸어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회사를 관두고 나를 갉아먹지 않을 직업을 찾을 것인지,
이제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혼자 돌파구를 찾을 수 없을 지경까지 온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 근 1년간 고민해왔지만 문제가 해소되기 보다 곪아가기만 했다.
아무래도 나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
여러분들의 직업생활은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