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잃고, 회사에서 빌런이 되어가는 과정
"너 회사 생활하더니 좀 날카로워졌어"
회사 생활 7년 차, 이젠 이런 말에 감흥이 없어진지도 오래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입사 후 1년 즈음 지났을 때인가.
그때는 화들짝 놀라며 "내가 이러면 안 되겠다."라며 정신을 다잡았었다.
한데 이젠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변해버린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나를 바로잡는 데에 이제는 지쳐버린 탓일까,
아니면 예전의 나로 돌아가면 견뎌낼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너질까 봐 포기한 것일까.
앞에서는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또 애써 고치려 하지 않지만
결국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자리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나는 날카로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들이 있었다.
junior 시절일 때는 아무리 싫어도 인사도 했고, 웃는 얼굴로 대하며 최소한의 선은 지켰다.
하지만 역시나 사람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그 빌런들은 여전히 남들에게 피해를 주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3년, 4년 시간이 흐른 후 그들에게 지칠 만큼 지친 나는 어느덧 7년 차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더 이상 그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짜증이 나면 참지 않고 표현했고, 인사조차 하지 않으며 식사도 따로 하는 등
소위 말해 "개무시"를 하였다.
업무적으로 그들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들의 업무 방식대로 진행하지 않아도 되어 효율적이었다.
무엇보다 말 한마디 섞지 않아도 되어서 편안한 회사생활이 지속되었다.
모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나였지만,
빠르고 편한 방법에 난 나를 방치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걸까.
내가 마음을 바꾸어 먹은 것을 사람들은 눈치챈 모양이었다.
나는 단순히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좋은 관계에 있던 동료들, 후배들 모두 나의 날카롭고 예민한 행동에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알게 모르게 내가 적대시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나의 악한 마음과 행동들이 녹여져 나타났던 모양이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남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난 어느새 사내에서 빌런으로 통하고 있었다.
내가 간과했던 것은 "나만 일방적으로 피해 받는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나에게 가해를 한 극혐부류의 인간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른다.
그들의 입장에선 숨 쉬듯 자연스러운 행동을 했을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되고, 깊은 상처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점이다.
나 또한, 스스로 매너를 지켜 행동하고 예의를 갖춘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만한 일들을 아주 자연스럽고 빈번히 하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 사이에서의 우리는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용서할 줄 알아야
비로소 남들의 잘못도 용서할 줄 알게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런 사람만이 포용력 있는 리더가 되어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을 수 있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번 계기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동기를 실현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내가 정한 가치를 무너뜨리고 가는 방법은, 쉽고 빠르지만 나 자신을 갉아먹는 길이다.
'나다움'을 잃은 채 달성한 성취는, 언젠가는 우리를 허무함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오늘도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갉아먹고 계신가요?
남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위입니다.
여러분들의 가치를 지키며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만이 유일한 '성공'입니다.
모두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