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도, 지친 마음도, 삼계탕 국물과 함께 푹- 익었습니다.
대자연의 날을 앞두고, 몸도 좀 처지고 괜히 마음도 허전해졌다.
그러다 문득 여름이 지나기 전에 삼계탕 한 그릇 먹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곧바로 본가로 향했다.
도작하자마자, 내게 ‘삼계탕’ 주문을 받은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야채 코너 앞에서 엄마가 물었다.
“뭐가 제일 싱싱해 보여? 골라봐.”
어차피 엄마가 원하는 걸 담을 거면서 꼭 한 번은 내게 의견을 묻는다.
나는 진지한 척 아무거나 집어 들었고, 엄마는 그걸 다시 꼼꼼히 검수하셨다.
“약간 시들한데… 저쪽으로 가보자.”
결국 내가 고른 야채는 통과되지 못했다.
까다로운 야채심사 구역을 통과하고 드디어 육류코너에 도착했다.
엄마는 왜인지, 고기는 골라달라고 하지 않으신다.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있을 수 있었다.
생닭, 야채, 쌈채소, 과일까지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겼다.
줄을 서는 순간까지도 엄마는 내 어깨가 아플까 봐
무거운 장바구니를 내게 넘기지 않고 사수하신다.
마트 문을 나서는 순간, 확 끼얹는 열기.
등 뒤로는 마트 안의 시원한 냉기가 아쉬운 듯 남고,
정면으로는 뜨거운 태양빛이 망설임 없이 쏟아진다.
평소라면 걸어서 집까지 갔겠지만, 오늘 같은 더위 속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택시라는 선택지는 없는 우리 모녀는
자연스럽게 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버스가 도착하기까지는 18분 남아있었다. 우리는 정류장 그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도로 위로 뜨겁게 올라오는 열기에 못 이겨, 가방에서 손선풍기를 꺼내 얼굴에 바람을 쐈다.
엄마도 집에서 챙겨 온 부채를 가방에서 꺼내셨다.
그리고는 내게 부쳐주었다.
엄마의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데
버스가 올 때까지 엄마의 손은 내 쪽을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오면, 엄마의 요리가 시작된다.
부스럭부스럭
장 봐온 재료를 하나씩 꺼내 손질하면서 엄마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걸 이렇게 써는 이유는~, 양념장 만들 때는~” 하며, 귀한 레시피를 내게 공유해 주신다.
가끔 자투리 채소를 잘라 입에 넣어주실 때면, 오물오물 씹으며 잠깐의 시식 타임을 가진다.
그러다 슬슬 지루해질 때 즈음, 방으로 돌아가 내 할 일을 한다.
그리고 30분 간격으로 거실에 대고 소리친다.
“엄마~밥 언제 돼~~?”
“어, 아직 좀 있어야 하는데, 배고파?”
나의 재촉에 엄마는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다 혹시라도 다칠까 봐, 곧바로 말한다.
“아니야, 천천히 해~”
그리고 다시 30분 뒤에 또 거실에 대고 외친다.
“엄마~ 밥 다됐어~?”
이건 습관인지… 어쩔 수가 없다.
밖에서 수저 놓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방에서 나온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엄마, TV 보는 아빠, 제 소파에서 졸고 있는 강아지]
10년이 넘도록 변함이 없이 이 풍경이 보인다.
나는 이 모습을 보러 본가에 간다.
지루하리만큼 변한 것 없이 여전한. 이 사랑스러운 것들을 보러.
별 것 아니면서도 참 특별한 본가에서의 3일이었다.
모두가 건강해서 다행이고,
돌아갈 곳이 있어서 다행이고,
당연한 듯 지나가는 하루가 다행으로 이어져 지금 여기 있다는 것까지.
나는 이런 귀한 순간들을 보내곤, 오늘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힘내어, 매일을 살아간다.
당연과 다행 사이를 오가며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