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을 묻는 질문이 남긴 것
거울을 보니까 어느새 머리카락이 꽤 길어 허리선까지내려와 있었다. 오래 자르지 않아 커트선이 흐트러졌고 요즘 유행하는 층 많은 스타일이 예뻐 보여 미용실을 예약했다. 전 날, 자격증 시험을 마친 뒤라 시간적 여유도 있고 스트레스도 풀고 싶어서 미용실 일정 이후에는 가고 싶었던 소품샵과 옷가게들도 돌아볼 참이었다.
그러다 악세서리 가게 앞에서 어떤 낯선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까 길에서 마주친 남자였다. 시간이 괜찮다면 카페에서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했고, 마침 날이 덥고 목도 마른 터라 나도 그 제안을 받아 들었다.
카페에 앉아서는 각자 커피를 주문해 들고 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아, 질문이 많아지는 나지만 이날은 오히려 말을 아껴 일부로 침묵의 텀을 두었다. 그러던 중 남자가 먼저 입을 떼었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나는 허세 있는 사람은 싫다고 대답했다.
남자가 되물었다.
“어떤 걸 허세라고 생각하세요?”
“없는 걸 있는 듯 부풀려서 말하는 거요. 모르면 모른다고, 못하면 못한다고 말하는 게 좋아요.”
30분 정도 카페에서 대화했고 따로 연락처 교환은 없이 헤어졌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꽂히는 질문이 꼭 한두 개 있는데 오늘은 ‘이상형’에 대한 질문이 가슴에 남았다.
내 이상형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곰처럼 푸근한 얼굴이 좋다.
운동을 좋아하고, 쉬는 날엔 친구들과 만나 우정을 다지기도 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단순하고 담백하며 순수한 사랑을 할 줄 아는 그런 사람.
나는 그런 사람에게 끌린다. 재미있는 건, 그런 사람은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생각이 많고, 복잡하고 예민하며, 감수성이 풍부하고, 혼자 시간 보내길 즐기는 나와는 너무 다른 나머지 실제로 만나면 자주 충돌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쩔 수가 없이 그런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형이라는 건 결국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갖지 못한 면을 가진 사람. 내겐 없는 결을 살아내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사랑은 참 묘하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서로의 세계를 확장한다. 때로는 다투고 답답해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내가 닿지 못했던 상대의 영역을 비로소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랑은 조금씩 퍼져 이해가 되고 타인에 대한 이해는 곧 평화로 이어진다.
깊이 사랑해 본 경험 없이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나를 벗어나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이게 하는 힘. 그것은 바로 연인사이에서 시작된다.
오늘은 이상형에 대한 질문이 사랑의 본질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져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됐다.
사람을 알아감에 있어서 선을 두지 말자. 그리고 앞으로도 뜨겁게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