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않고 깊은 관계로 향하는 연습
벌써 26년의 1월이 지나갔다.
아르바이트에서도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그간 보고 싶던 친구들도 만났고, 가족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세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걱정과 같은 고민들을 품에 안고서 지루하고, 불안하고, 편안하며, 평화로운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어느덧 스물여섯이 된 2026년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속에 쌓아둔 초조함과 고민을 꺼내놓을 때면
"아직 한창이잖아"
라며 가볍게 흘려보내지는 나의 무거운 고민들에 답답함과 한편의 위안을 삼기도 했으나 올해는 조금 다르게
"그럴 때지", "힘들겠어"
같은 말들이 돌아온다. 원했지만 원치 않던 공감과 위로가 현실을 자각하게 하고 그 말들 앞에서 한층 더 작아지고 초조해지는 마음이다.
2022년부터 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어김이 없이 이어진 나의 차분한 일상과는 어긋나게, 감정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꺾이기 바쁘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연애를 시작했다. 작년 12월, 나의 연애기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이번엔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정말 다르다.'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반복되는 뻔하고도 진지한 마음이다. 늘 다르다고 믿으며 시작하고 같은 결과로 끝났지만 그럼에도 매번 '다르다'며 시작한다. 그 믿음은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온기가 내 안에 남아있다는 증거이자, 뜨거운 마음을 지닌 청춘이란 증표이며 관계에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연결고리 같은 역할을 한다. 하여튼 그렇다.
그래서 1월은 결코 연애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다. 이 사람으로 인해 현재 나는 섭식장애에 관한 심리학 유튜브를 찾아보고,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고 있으며 끊었던 정기구독 다이어리를 다시 신청해 작성하며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깊은 관계를 잘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인으로 인해 나의 관심사가 '건강하게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에 머물러졌다.
연애는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수면, 물욕] 같은 욕구들을 아주 손쉽게 제친다. 그 순간부터 연인은 나의 가장 확실한 활력이자, 가장 강력한 유혹이 된다. 매일 경제기사 읽기, 운동하기, 식단 지키기, 수면패턴 등, 이 외에도 빨래 순서, 냉장고 정리 위치, 씻는 시간까지. 불안-강박 지수가 유독 높은 내가 안정적인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세워둔 자잘하고 수많은 규칙들은 연애를 시작한 뒤부터 예전처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점점 '함께 있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은' 양가적인 욕구가 동시에 올라오면서 지치고 혼란스러웠지만 이번엔 피하고 싶지 않았다. 왠지 이제는 넘겨야 할 시기가 왔다는 직감 같은 것이 들었고 이 사람 곁이라면 해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문제의 중심을 들여다보고 있다. 감정과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피드백하며 한 걸음씩 조정하는 중이다. 아직 완전히 안정적이진 않지만 적어도 도망치고 있지는 않다.
약한 마음과 의지를 기록의 힘으로 붙잡기 위해 다시 연재를 시작하며 스물여섯의 1월이 또 지나갔다.
좋은 사람 곁에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으로.